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2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을 해소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 이달 17일까지 셧다운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과 1시간 가까이 만났지만 2014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베이너 의장은 회동 후 “대통령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리드 대표는 “베이너 의장이 셧다운을 이용해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망치겠다는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셧다운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연설에서 “셧다운으로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QE) 축소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셧다운으로 정부의 공식 통계가 제때 제공되지 않으면 경기 상황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며 “통화정책 당국자들이 채권 매입을 축소할지 토론할 때 경제 상황에 대한 완전한 평가가 뒷받침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셧다운이 길어져 노동부와 상무부의 핵심 경제 통계 발표가 미뤄진다면 이달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선뜻 통화정책 변경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재계와 금융계는 정치권에 협상을 촉구했다. 현재의 교착 상태로 보면 오는 17일까지 끝내야 할 국가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14명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부채한도 확대 실패에 따른) 디폴트 사태를 곤봉처럼 휘두르면서 정쟁의 위협 도구로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이 셧다운을 지속한다면 미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