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3일 오후 2시
[마켓인사이트] 분리형BW 떠난자리 CB가 꿰찬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지난 8월 말부터 금지된 이후 기업들이 대안으로 전환사채(CB) 발행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분리형 BW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 관심을 끌었던 ‘구조화 CB’ 발행은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CB 발행 계획을 공시한 곳은 총 16곳이다. 지난 7·8월(각 7건), 6월(4건)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9월 들어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대표적 기업은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지난달 17일(납부일 기준) 3000억원 규모의 CB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2010년 11월 2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 5월 15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한 IHQ는 지난달 24일에는 183억원어치의 CB를 발행했다. 5개월 새 33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 IHQ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큐브엔터테인먼트 아시아인베스트먼트 등을 인수하는 데 썼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25일 약 7년 만에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CB로 총 2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융복합소재 부품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 이 자금을 쓸 계획이다. 이 밖에 씨젠 코닉글로리 옵티시스 로엔케이 등도 9월 이후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9월 들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은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된 영향이 크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 IB본부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지 않은 기업 입장에서 분리형 BW의 대안으로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품은 CB밖에 없다”며 “지금도 상당수 기업이 CB 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팀장은 “7, 8월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효 전에 분리형 BW를 미리 발행하려는 기업이 급증해 투자자들의 관심도 BW에 집중됐다”며 “이런 시장 분위기 탓에 선뜻 CB를 발행하지 못하던 기업들이 9월부터 CB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증권사는 CB를 이용해 분리형 BW를 대신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나섰다. 분리형 BW 발행 금지를 전후해 유력하게 거론되던 방식이 ‘구조화 CB’였다. 신탁이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CB를 담은 뒤, 이를 토대로 채권과 전환권에 대해 각각 1·2종 수익증권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2종(전환권) 수익증권 투자자로부터 받은 프리미엄을 1종 수익증권(채권) 투자자에게 이자로 더 얹어주는 구조화 약정을 거친다. 이렇게 되면 기업 대주주 입장에서는 분리형 BW를 발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CB를 발행하면서 전환권을 따로 살 수 있어 CB 발행에 따른 지분율 희석을 막을 수 있다.

정병찬 금융감독원 증권발행제도팀장은 “구조화 CB를 발행할 경우 투자자 보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발행을 희망하는 기업은 반드시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에 유권 해석을 의뢰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같은 내용으로 질의해 온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