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증권 직원들, 현재현 회장 집앞 시위 > 동양증권 임직원 200여명이 3일 오전 서울 성북동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양증권 직원들, 현재현 회장 집앞 시위 > 동양증권 임직원 200여명이 3일 오전 서울 성북동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증권 임직원 200여명은 3일 서울 성북동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침묵시위를 했다.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주지점 직원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매고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앞세웠다.

개인투자자들의 상담 문의가 빗발치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휴일 출근했고 지난달 30일 홍콩과 호주 출장을 떠났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일정을 당겨 귀국했다. 동양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CP) 부실 판매와 투자자 피해를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건의에서 시행까지 1년4개월

[동양 CP 사태 후폭풍] 동양 CP 규제 1년4개월 '미적'…투자자 '피멍'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 계열사 CP 판매 규제를 1년4개월 미루는 사이 회사채·CP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개정 건의를 받고 실제 규정을 고치기까지 10개월, 시행까지 1년4개월을 끌며 늑장대응했다는 비판이다. 법 개정은 국회 동의가 필요해 오래 걸리지만 규정 개정은 3~5개월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다. 정부가 개정을 앞당겼더라면 상당한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금융권 시각이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계열사 CP 대부분 3~6개월 만기인 점을 감안하면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CP 피해금액 4586억원(투자자 1만3063명)은 대부분 4월 이후 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양증권이 7월과 9월에 판매한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어음(ABCP) 피해금액 1565억원(4700여명)도 규정 개정이 앞당겨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

○작년 8월 처음 문제 검토

금감원은 2012년 7월 초순 금융위에 동양그룹 CP 관련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증권사가 투자부적격 계열사의 CP를 팔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이다. 당시 규정 개정을 건의받은 금융위는 인사철을 앞둔 7월이어서 의미있는 검토를 진행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8월 인사에 따라 담당 국장과 사무관이 교체되고 나서야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9월 금감원은 계열사 CP 판매 관련, 동양증권에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금융위도 9월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당시 김석동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규정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위는 2개월이 흐른 11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2013년 초 규정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규정 개정은 또 3개월 연기됐다. 입법예고기간이 끝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규제개혁위원회가 심사를 끌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제도 시행에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통상 3개월만 줘도 되는 유예기간을 6개월로 늘린 것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계열 CP 판매를 막을 경우 동양그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약한 제재, 잦은 순환보직 문제

결국 금융위 인사로 동양증권 사태 인지가 늦춰진 2개월, 규개위 심사로 늦어진 3개월, 제도 시행 유예 6개월 등을 합치면 사실상 1년여의 시간이 허비됐다.

금융위가 규정 개정에 미적거린 배경에는 ‘잦은 순환보직 인사’ 관행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도 2011년 11월 동양증권 종합검사를 진행해 이듬해인 2012년 9월에야 계열사 CP 판매 관련 제재 조치를 내렸고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금융권에선 제재 수준도 ‘기관경고’가 아닌 ‘일부 영업정지’ 등으로 강하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그룹 CP 사태를 계기로 국내 증권 관련 제재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비교해 한국의 증권 관련 제재의 빈도는 많으나 강도가 약한 것이 단점”이라며 “일부 증권사 임직원들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아도 수위가 약하다보니 영업을 한 것에 대한 ‘훈장’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삼성, 현대, 동부, 유진, SK, 흥국,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 증권업을 허가해준 데 대한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일반 대기업에 증권업을 허가를 한 것은 ‘대주주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본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융업의 본성이 상충되는 부분”이라며 ”동양 이후 다른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 이번 동양그룹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또다시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