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금고 경쟁입찰…농협銀 웃었다
시·도·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관리하는 ‘금고 은행’ 선정에서 농협은행의 독주가 화제다.

지금까지 수의계약에서 지난해 경쟁입찰로 선정 방식이 변경됐지만 예상과 달리 기존 강자인 농협은행의 아성이 깨지지 않고 있다. 올 들어 농협의 금고은행 재계약률은 100%다.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대규모 지자체 예산과 자금으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공무원 등의 우량고객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협은행 올해 100% 재유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금고 계약 만기가 돌아온 경기 고양시 부천시 등 올 들어 만기도래한 지자체 37곳과 전부 재계약을 맺었다. 한 곳도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해 금고 선정 입찰을 한 지자체는 모두 61곳이다.

농협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이 맡고 있던 금고는 은행 간 격전 끝에 ‘금고지기’가 바뀌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전체 261곳의 지자체 금고(주금고 기준) 중 182곳을 담당하고 있다.

교육청 금고에서도 농협의 위세가 압도적이다. 16개 시·도교육청 금고 중 부산을 제외한 15곳의 금고를 갖고 있는 농협은행은 올 들어 대전 충남 충북 등의 재유치에 성공했다.

이 같은 농협은행의 독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것이다. 안전행정부가 작년 7월 금고관리은행 선정 방식을 종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부산시 금고 선정에서 농협은행은 12년간 맡고 있던 부금고를 국민은행에 내 줬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농협 천하’가 전개되는 것은 오랫동안 쌓은 노하우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서라는 분석이다. 농협은행이 지자체와 이미 구축한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또 지역농협까지 농협은행 영업점으로 포함되는 탓에 주요 평가항목인 ‘해당 지역 내 영업점 수’에서 시중은행이 크게 밀리는 점도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인 해석도 나온다. 내년 6월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농협은행이 지역농협과 조합장, 조합원 등을 통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의식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라는 얘기다.

◆내년 서울시 금고대전 ‘빅매치’

농협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내년 말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서울시 금고에 선정되기 위해 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100년간 서울시 금고를 맡아 왔지만, 경쟁입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금고는 연 25조원 규모의 서울시 자금을 관리한다. 금고 은행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 공무원 등 우량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농협 국민 신한은행 등이 벌써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부산시 부금고에 선정된 기세를 몰아 서울시에서의 빅매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시 부금고를 뺏긴 농협은행은 금고시장의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 역시 서울을 사수하기 위해 일찌감치 입찰 준비에 들어갔다.

김일규/장창민/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