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코리아그랑프리의 연습주행이 열린 4일 영암군 KIC에서 레드불의 마크 웨버가 질주하고 있다. 뒤편에 LG(왼쪽) 광고와 에미레이트항공의 슬로건 ‘플라이 에미레이트’ 글자가 보인다. 연합뉴스
F1 코리아그랑프리의 연습주행이 열린 4일 영암군 KIC에서 레드불의 마크 웨버가 질주하고 있다. 뒤편에 LG(왼쪽) 광고와 에미레이트항공의 슬로건 ‘플라이 에미레이트’ 글자가 보인다. 연합뉴스
‘쌔애애앵~’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코리아그랑프리. 가늘고도 긴 고음의 경주차 엔진소리가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을 가득 채운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F1 경주차의 연습주행이 끝나자 푸른 가을하늘 위로 음속의 전투기들이 ‘쐐액’ 하는 소리를 내며 화려한 비행을 시작한다. F1 코리아그랑프리의 개막을 축하하는 공군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다.

‘지구촌 스피드 축제’ F1 코리아그랑프리가 4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연습주행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연습주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차량이 세워져 있는 피트(차고)에선 강한 엔진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5일 예선과 6일 결선에 나서기 전 ‘머신’이라고 불리는 경주차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엔지니어들은 피트에서 차량 부품을 조립하고 타이어를 끼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연습주행은 머신의 성능을 점검하는 것뿐만 아니라 트랙 상태에 따른 주행 데이터를 측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절차다. 11개 팀의 22개 차량은 연습주행을 통해 최상의 상태로 예선과 결선에 나선다.

F1은 기업들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올해 영암 KIC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기장 곳곳에 세워진 기업들의 광고판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아랍에미리트(UAE)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의 광고판이 눈길을 끌었다. 메인그랜드스탠드 주변은 ‘플라이 에미레이트’라고 적힌 광고판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2월 F1을 운영하는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와 5년간의 후원 계약서에 사인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5년간 2억달러(약 214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LG 로고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LG전자는 FOM과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글로벌 후원 계약을 맺었다. LG전자가 FOM에 지급하는 후원금은 연간 1200만~1500만달러(약 133억~16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금융사인 UBS도 2010년부터 3년간 총 2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후원금을 내고 F1 공식 후원사로 활동 중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11개 팀의 머신 22대는 기업들의 광고판이다. 그 가운데 특히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로고가 선명하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페라리와 독일의 명품카 메르세데스는 머신의 심장인 엔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직접 팀을 운영한다.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레드불 팀은 엔진을 공급하는 르노닛산 그룹의 인피니티 로고를 달았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포드는 코스워스란 브랜드를 통해 1980년대 이후 꾸준히 F1에 엔진을 공급해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평균 이상의 성능을 내는 엔진으로 마루시아 등 하위권 팀이 많이 사용한다.

이날 연습주행에서는 루이스 해밀턴(영국·메르세데스)이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해밀턴은 이날 오전 1차 연습주행(P1)에서 5.615㎞의 서킷 한 바퀴를 1분39초630에 달렸다. 이어 오후에 열린 2차 연습주행(P2)에서도 1분38초673 만에 한 바퀴를 달렸다.

올 시즌 랭킹 1위로 코리아그랑프리의 막강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은 이날 1차 연습주행에서 1분39초667, 2차 연습주행에서는 1분38초781로 모두 해밀턴에 이은 2위 기록을 냈다.

영암=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