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수능 문·이과 통합 해야하나
[맞짱 토론] 수능 문·이과 통합 해야하나
교육부는 2017학년도 이후 적용될 새로운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세 가지로 제안했다. 1안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고 3안은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통합안이다. 1안은 수학이 문과와 이과가 철저히 분리되고 탐구영역은 문과의 경우 사회 2과목, 이과는 과학 2과목만 선택할 수 있다. 문·이과 통합안은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애 수학 사회 과학 모두 공통으로 치르게 하는 것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월27일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지금 우리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 적어도 이 시점에서 수능 문·이과 통합 문제를 공론화할 만하다”고 언급해 3안인 문·이과 통합안에 무게를 실어줬다.

수능 문·이과 통합안 찬성론자들은 21세기 융복합의 시대에 적합한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문·이과 구분을 없앤 통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문 간 통섭과 소통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재의 교육과정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융복합과 통섭이 중시되더라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대학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고교 과정에서부터 기본교육을 철저히 받는 게 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주 맞짱토론은 ‘수능체제 개편, 문·이과 통합해야 하나’를 놓고 장하경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이종백 전남대 화학교육과 교수가 나서 논리 대결을 펼쳤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찬성 - 100여년전 도입한 낡은 시스템…21세기 인재양성에 걸림돌

[맞짱 토론] 수능 문·이과 통합 해야하나
교육부가 마련한 교육과정은 ‘우리 사회는 어떤 인재를 키울 것인가’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로 매년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인재 양성의 첫 관문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문·이과 수능통합안’은 수능을 보는 모든 학생이 문과·이과 구분 없이 똑같은 시험지를 풀게 한다는 것이다. 수능 완전 통합의 취지는 21세기 복합적 소양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과 학생에 대한 공통적·균형적 학습이다.

이분법적 문·이과 구분은 20세기 초 개화기에 도입됐고 50년 전 제2차 교육과정(1963~1973년) 때 확고히 자리잡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던 이 시기에는 농업생산력 증대, 전력·석탄 등 에너지 공급원 확충, 정유·비료·화학·전기기계 등 기간산업 집중 투자, 화학·철강·기계공업 등 산업고도화 등을 촉구하던 때다. 이에 따라 제2차 교육과정은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문과적·이과적으로 전문화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재 적용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은 1997년부터 시작됐다. 기본 방향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 육성’이다. 공식적으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21세기 이전에 폐지하자는 것이었으나 현재까지 대부분 고교에선 2학년 이후 문·이과로 반을 나눠 가르치고 있다. 그 이유는 상당수 대학이 입시에서 문과는 사회 과목, 이과는 과학 과목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기 위해 고교에서는 적성검사를 실시해 도움을 주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수학에 대한 선호도가 문과와 이과 선택의 기준이 돼왔다.

통합안은 숙고할 시간 줘…진로·진학 선택 폭 넓혀

학생들은 직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사고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교 1학년 말에 문·이과를 선택하기 위해 적성검사 결과와 진로와 관련한 부모들의 조언, 교사의 상담에 의존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삶의 진로를 고교 1학년 때 결정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 문·이과 수능 통합안은 21세기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 학생 자신이 좀 더 숙고할 시간을 갖게 하며 진로 및 진학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즉 현재 문·이과 선택 방법은 학생들의 생각과 사고력을 제한하는 반면 문·이과 통합안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의 기회와 시간을 열어줄 수 있다. 한국교총이 723명의 현직 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데서도 고교 교육과정 문·이과 통합에 57.5%가 찬성했다.

2000년 이후 일부 대학과 학자들 사이에서 문과적 소양과 이과적 지식을 함께 갖춘 인재 양성의 필요성 및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을 위한 학제 간 소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문과생은 과학, 이과생은 사회를 배우지 않는 ‘편식 공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엄밀함을 가르칠 수 있는 문·이과 융합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과학자에게는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자 등 문과 출신 인재들에게는 자연과학과 기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데 우리 교육은 과목 간 칸막이를 쳐놓고 단순 암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근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포스텍이 인문학을 가르치고, 서울대가 일부 학과에서 문·이과 교차 지원을 허용하는 등 대학에서 먼저 문·이과의 장벽을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대부분은 고교 교육의 문·이과 분리는 없으며 일본과 대만 정도만 문·이과 분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은 사교육 부담을 덜고 학교 교육 정상화를 도모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을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 적합한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가를 교육 제도 개편의 목적과 방향으로 삼았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물론 교육제도의 변화가 학부모의 자녀진로교육에 혼란을 주고 교사도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교육의 정상화와 충실한 공교육은 교육 주체인 학생이 21세기형 인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개인이 가진 다양한 소질을 유연하게 융합함으로써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21세기형 교육이라는 점은 애플의 신화이며 융합의 대표주자인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으로 보여줬다. 잡스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이지만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읽고 영감을 얻으면서 기술과 디자인의 통섭을 추구했고, 과학과 인문학의 통찰을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21세기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신비로운 미소를 미술로 표현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이자 기술자이며, 수학자로 르네상스라는 융합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전형으로 꼽힌다. 미술로 표현된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는 과학적 원리나 수학적 비율로 살아 있는 생동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맞짱 토론] 수능 문·이과 통합 해야하나

잡스 같은 인물 키우려면 칸막이·편식교육 탈피해야

타버린 우리나라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복원하기까지 과학기술 지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더 필요했던 것은 문화재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남대문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바라보는 안목이었다.

융합교육은 과학기술교육과 인문·사회뿐 아니라 문화·예술과도 어우러진 ‘사이아트(sci-art)’이기도 하다. 문학, 역사, 철학으로 대변되는 인문사회교육과 과학기술 간의 인적, 물적, 가치적 상호교류는 학생들의 잠재적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 과학기술적 사고력이 풍부한 학생들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창조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법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수학도 공부하고, 의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복지학에도 관심을 갖도록 다양한 선택과 융합적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7차 교육과정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성공적으로 시행되도록 하려면 각 대학의 입시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융합형 인재를 받아들이려는 입시제도와 대학 스스로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면 고교 현장에서 문·이과 융합교육은 자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다.

장하경 <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반대 - ‘융합’ 동의하지만 시기상조…고교기초 얕아 대학수업 고전

[맞짱 토론] 수능 문·이과 통합 해야하나
교육부가 발표한 2017학년도 수능체제 개편안 가운데 3안은 과학탐구영역의 경우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을 모두 포함한 융합과학 1개 과목으로, 사회는 융합사회 1개 과목으로 하는 문·이과 통합안이다.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의 분리를 없애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융합을 강조하는 방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통합안이 대학에서 각 분야의 깊이 있는 학문을 전공할 인재를 합리적으로 선발하는 과정으로 적절할지는 의문이다.

무릇 시험은 학습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능뿐 아니라 학습 내용과 방향을 결정짓는 되먹임 기능도 갖고 있다. 학생은 시험 과목, 수준, 평가 방식에 따라 공부를 하게 마련이다. 어떤 안이 바람직한지 따져보려면 먼저 고교 교육의 기본 방향을 살펴보고, 개정안이 과연 교육의 방향을 바르게 이끌 수 있는지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교 교육은 민주사회에서 건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을 기르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학생이 다양한 기초과목을 전공에 상관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 두 번째 목표는 향후 특정 분야에서 전문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기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수능때 융합과목만 치른다면 단편적 지식 습득에 그칠 것


문·이과 통합안은 물리 I, II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물리학과나 전기공학과 등을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학에서 일반물리학을 수강하는 학생의 65%가 수능에서 물리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그 결과 이공계 학과에 진학한 학생이 필수 기초과학 과목을 이수할 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물리 II를 이수한 학생 중 일반물리를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4%였지만 물리 II를 공부하지 않은 학생은 80%가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물리 II를 이수하지 않은 학생 34%는 대학 일반물리에서 F학점을 받았다. 대학 기초 과목에서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은 대학 생활 내내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보다 깊이 있는 학문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수능에서 과학을 융합과학 1과목만으로 치르게 된다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융합과학 과목 이외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대학 입학시험 준비에는 더 수월하겠지만 정작 대학 과정에서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하물며 물리 II는 물론이고 물리 I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물리학과나 전기공학과에 입학해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금도 입시에서 ‘일단 합격하고 보자’는 식으로, 수능에서 자신이 치렀던 선택과목과는 상관없이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수능마저 융합과학과 융합사회 과목만을 치른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교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각 과목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사실 미국도 많은 학생들이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생물과 화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버클리대 공대의 경우 고교에서 물리 과목을 이수할 것을 강하게 추천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 3안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1안을 택하더라도 수능시험 선택 과목이 대학의 지원 학과에서 필요한 과목과 일치되도록 하는 장치를 추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융합이 시대적으로 요구하는 새로운 방향임은 분명하다. 융합을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고루 섭렵할 수 있는 융합인이 되도록 하는 것과 세부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필요한 융합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우울증 증상과 더불어 위염 증세가 있었으며, 결국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자. 현 의료 체계에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등이 협진을 할 것이다. 이게 앞서 말한 융합의 ‘두 번째 접근’이다. 그런데 첫 번째 접근을 위해 의료계는 특정 분야의 전문의가 아니라 짧더라도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은 전문의(예컨대 가정의학 전문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과대학에서 인턴과정을 선발할 때 단지 가정의학 한 과목만 본다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맞짱 토론] 수능 문·이과 통합 해야하나

섣부른 교육정책 변화 금물…충분한 시뮬레이션 거쳐야

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과학의 여러 분야, 나아가 과학과 인문사회의 여러 분야를 통합할 수 있는 융합인의 양성도 필요하지만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또는 인문사회의 각 분야 세부 전문가들이 협동 연구나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국내 최고 물리학자 가운데 한 분은 “만일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실험 물리학자로서), 내 생각에 이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이론 물리학자로서)을 찾기 시작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이 앞서 말한 융합의 두 번째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충안의 경우 이공계를 진학하는 학생들은 과학탐구 2과목을 선택하고 추가로 사회탐구 1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미래의 융합인을 위해서는 이공계를 진학하는 학생에게도 사회탐구의 기본 소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기본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과정과 그에 따라 집필된 과학탐구는 인문사회계로 진학할 학생에게 어렵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탐구도 마찬가지라고 짐작한다.

융합과학 과목은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적 소양과 교양을 위한 과목이다. 대학수학능력 평가 과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융합과학 과목을 수능에 포함시켜 그 점수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 영향을 준다면 당초 융합과학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된다. 교양과 소양보다는 단편적 지식과 시험문제 풀이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굳이 융합의 취지로서 과학탐구 과목을 대학 입시에 추가한다면 성적보다는 통과·낙제 방식을 택하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학자 로베르트 슬라빈은 “수업 프로그램의 도입이나 실행은 증거보다는 마케팅, 정책, 유행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많은 교육학자들은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 개혁이 충분한 연구와 증거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유행이나 정책 등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해왔다. 이번에 제시된 수능 개편안도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봤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종백 < 전남대 화학교육과 교수 >

읽을 만한 자료

△교육과정개혁 국제비교연구(이용숙 외, 한국교육개발원, 1995)
△과학 인문학 그리고 대학(김영식, 생각의 나무, 2007)
△잡스가 워즈워드의 시를 읽는 이유(조숙경,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2013)
△고등학교 과학 심화선택과목 이수여부와 대학 과학 교과목의 학업성취도(이보경 외, 교육과정연구 26호, 2008)
△An Analysis of the Actual Processes of Physicists’ Research and the Implications for Teaching Scientific Inquiry in School(Park, J.ect., Research in Science Education vol. 39,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