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슈퍼 결핵' 관리 두달째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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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구 중 15곳 예산 고갈…외상으로 약 사
무리한 삭감 탓…'결핵 OECD 1위 오명 벗기' 빨간불
무리한 삭감 탓…'결핵 OECD 1위 오명 벗기' 빨간불
전염성은 강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치료가 힘든 ‘슈퍼 결핵’이 정부의 무리한 예산 삭감으로 관리 공백을 맞고 있다. 서울지역 15개 구청보건소는 지난달부터 외상으로 약품을 구입해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새로 발생한 환자에 대한 입원치료는 엄두도 못 낼 정도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결핵퇴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마다 줄어드는 예산
4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힘들어진 다제내성 및 광범위 약제내성(일명 슈퍼 결핵)에 대한 예산은 2011년 28억원, 2012년 18억원, 2013년 8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올해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고은영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2011년과 지난해 필요보다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며 “불용예산이 많아 올해는 절반 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슈퍼 결핵은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 기간이 세 배 이상 길지만 치료 성공률은 30%, 사망률은 25%다.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결핵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다제내성 결핵환자 1212명,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환자는 229명이다.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이 슈퍼 결핵으로 분류되지만 다제내성 결핵도 일반적 치료가 어렵다는 점에서 슈퍼 결핵군에 포함된다. 이들은 한 사람이 10~15명에게 결핵균을 퍼뜨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해 치료 및 관리가 중요하다.
정부는 슈퍼 결핵 퇴치를 위해 2011년 4월 ‘입원 명령 결핵환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슈퍼결핵 환자 중 치료에 비협조적인 환자에 대해 정부가 입원 명령을 내리고 입원비와 약제비 등을 전액 부담하는 제도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슈퍼결핵 환자 관리는 결핵 퇴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약값 지원 기간이 기존 1년에서 올해 2년으로 연장됐는데도 지난해보다 적은 예산을 책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15개 구청보건소 예산 ‘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슈퍼 결핵 치료에 배정된 재원은 국비와 지자체 부담을 합쳐 3억원으로 8월 말 현재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개구 예산이 고갈됐다. 서울시 생활보건과 관계자는 “국비 50%, 지방비 50%의 사업이어서 질병관리본부 예산만큼만 지자체 예산을 보탤 수 있어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슈퍼 결핵 환자가 복용하는 약품인 자이복스는 정당 6만6000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 달 약값만 200여만원에 이른다. 서울시내 슈퍼 결핵 환자는 9월말 기준 26명으로 서울시는 지금까지 자이복스 약값만 107회에 걸쳐 2억1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예산이 바닥나 내년에 예산이 들어오면 주기로 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왔다”며 “입원비로 건강관리공단에 예탁한 돈이 떨어져 마이너스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명재 경희대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반발 때문에 입원명령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데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다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슈퍼 결핵
결핵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리팜피신 등을 써도 균이 죽어 없어지지 않는 결핵을 다제내성 결핵이라고 한다. 슈퍼 결핵은 내성이 더 강해 다제내성 결핵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2차 치료제와 항결핵 주사제에까지 내성을 지니며 치료 성공률이 30%를 밑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해마다 줄어드는 예산
4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힘들어진 다제내성 및 광범위 약제내성(일명 슈퍼 결핵)에 대한 예산은 2011년 28억원, 2012년 18억원, 2013년 8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올해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고은영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2011년과 지난해 필요보다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며 “불용예산이 많아 올해는 절반 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슈퍼 결핵은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 기간이 세 배 이상 길지만 치료 성공률은 30%, 사망률은 25%다.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결핵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다제내성 결핵환자 1212명,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환자는 229명이다.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이 슈퍼 결핵으로 분류되지만 다제내성 결핵도 일반적 치료가 어렵다는 점에서 슈퍼 결핵군에 포함된다. 이들은 한 사람이 10~15명에게 결핵균을 퍼뜨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해 치료 및 관리가 중요하다.
정부는 슈퍼 결핵 퇴치를 위해 2011년 4월 ‘입원 명령 결핵환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슈퍼결핵 환자 중 치료에 비협조적인 환자에 대해 정부가 입원 명령을 내리고 입원비와 약제비 등을 전액 부담하는 제도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슈퍼결핵 환자 관리는 결핵 퇴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약값 지원 기간이 기존 1년에서 올해 2년으로 연장됐는데도 지난해보다 적은 예산을 책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15개 구청보건소 예산 ‘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슈퍼 결핵 치료에 배정된 재원은 국비와 지자체 부담을 합쳐 3억원으로 8월 말 현재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개구 예산이 고갈됐다. 서울시 생활보건과 관계자는 “국비 50%, 지방비 50%의 사업이어서 질병관리본부 예산만큼만 지자체 예산을 보탤 수 있어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슈퍼 결핵 환자가 복용하는 약품인 자이복스는 정당 6만6000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 달 약값만 200여만원에 이른다. 서울시내 슈퍼 결핵 환자는 9월말 기준 26명으로 서울시는 지금까지 자이복스 약값만 107회에 걸쳐 2억1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예산이 바닥나 내년에 예산이 들어오면 주기로 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왔다”며 “입원비로 건강관리공단에 예탁한 돈이 떨어져 마이너스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명재 경희대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반발 때문에 입원명령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데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다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슈퍼 결핵
결핵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리팜피신 등을 써도 균이 죽어 없어지지 않는 결핵을 다제내성 결핵이라고 한다. 슈퍼 결핵은 내성이 더 강해 다제내성 결핵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2차 치료제와 항결핵 주사제에까지 내성을 지니며 치료 성공률이 30%를 밑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