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초 초본으로 추정했던 삭제본이 국가정보원의 녹음 파일 내용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7일 ‘삭제본이 (2007년 정상 간 대화를 녹음한) 국정원의 녹음 파일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냥 초안은 아니다”고 답했다. 최초 녹음파일에서 일부 수정·보완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봉하 이지원에서 복구한 ‘삭제본’이 녹음 파일에서 나온 실제 대화를 거의 그대로 적은 것이고, 또 다른 대화록은 이를 일부 고쳐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불리하거나 공개를 원치 않는 표현 등을 없애거나 바꾼 뒤 초본은 삭제하고 완성본만 남겨뒀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삭제본도 음원을 그대로 풀어낸 것은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화록과 별개로 녹음한 음원의 공개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음원 공개만이 가장 합법적이고 빠르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조치”라며 “국정원이 보관 중인 정상회담 음원(녹음)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국가 기밀인 대화록이 유출된 것만으로도 국가적 망신인데 음원을 공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 대한 막바지 분석 작업과 함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소환 조사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주말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5일 오후 1시20분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13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조 전 비서관은 “회의록을 삭제하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해 ‘번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 측은 “‘실제 문서 형태로 회의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이 폐기를 지시한 것처럼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대통령 기록물 관리를 맡았던 이창우 전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 이지원 시스템 개발 담당자인 민기영 전 업무혁신비서관, 봉하 이지원 구축을 주도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부 본부장(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백정천 전 외교안보실장 등과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