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규모 유통업체는 실제 판촉 효과와 무관한 판매장려금을 납품업체로부터 받지 못한다. 그동안 일부 유통업체들이 이익을 손쉽게 얻기 위해 관행적으로 받아온 각종 장려금이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체는 과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을 제정해 발표했다. 심사지침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위법 소지가 높은 사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해당업계에 구속력을 갖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가 자사의 제품 판매에 노력한 유통업체에 주는 대가로, 현행 대규모 유통업법에서도 판매장려금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허용 범위가 명확지 않아 일부 유통업체들이 판매장려금제도를 악용해 부당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새로운 지침을 만든 공정위 측 설명이다.

심사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허용되는 장려금은 성과장려금, 신상품 입점장려금, 매대장려금 등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들 장려금도 무작정 요구할 수 없다. 판매량 증가로 얻은 수익보다 장려금액이 더 많으면 안된다.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가장 많이 요구한 장려금인 ‘기본 장려금’은 금지된다. 이 장려금은 판매 실적과 관계없이 상품 매입금액의 일정 비율로 획일적으로 산정돼 납품업체의 불만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위 12개 대규모 유통업체가 받은 판매장려금의 80%인 1조1793억원이 기본 장려금 명목이었다.

유통업체가 매입한 제품을 납품업체에 반품하지 않겠다며 받는 ‘무반품 장려금’, 타업체의 가격인하 등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받는 ‘시장판매가격 대응장려금’, 재고를 없애기 위한 가격할인 비용을 메우기 위해 받는 ‘재고소진장려금’, 유통업체 점포 폐점시 발생하는 상품소진 비용을 전가하는 ‘폐점장려금’도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납품업체들의 판매장려금 부담이 연간 1조2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판매장려금 제한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정위 방침을 그대로 따르면 현재 6%대인 영업이익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주완/유승호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