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이 '유럽 간첩단'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40여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동오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970년 사형이 확정된 박 교수와 김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8일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징역 5년을 받은 김판수(71)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영장없이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며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므로 무죄를 다시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법원의 형식적인 법 적용으로 피고인과 유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드렸다"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직후 터진 대표적인 공안 사건이다.

당시 박노수 교수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직 중이었고, 김규남 의원은 박 교수의 도쿄대 동창으로 민주공화당 의원이었다.

1970년 7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박 교수와 김 의원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돌연 형이 집행돼 사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