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기로에 선 신흥국…20억 시장을 가다] "삼바 경제의 미래, 민간 투자심리 개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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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박래정 LG경제硏 수석연구위원
박래정 LG경제硏 수석연구위원
브라질에서 만난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을 떠올리면 착잡해진다고 말했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선진국 초입의 탄탄한 경제를 일구는 동안 우린 뭘 하고 있었지’란 생각 때문이다.
‘브릭스’ 용어를 만들어낸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2050년 브라질 경제가 지금의 5배인 10조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브라질 경제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쳤다. 그 절반인 5조달러 클럽도 향후 한 해 2.2%씩 성장해야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1% 미만의 성장세에 그친 브라질 경제가 연 2% 성장률을 달성하는 게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브라질 경제의 성장은 산업별로는 농·광업에, 수요 측면에서는 소비지출에 의존해왔다. 소비의 성장기여율은 줄곧 80% 이상을 유지해온 반면 투자는 20% 안팎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은 투자의 성장기여율이 60%대를 유지했던 것과 대비된다.
원유 및 광대한 농업자원은 브라질 경제를 낙관할 때 단골로 거론하는 아이템이다. ‘신의 축복’은 브릭스로 찬양받던 2000년대 초에나, 신흥시장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지금에나 마찬가지로 내리고 있다. 천연자원이란 노다지는 적절히 미래 투자로 이전시켜 다음 세대의 소득원으로 만들 수 있어야 ‘자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농업 부문도 중산층의 고용을 늘리는 지주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브라질 정부도 빈부격차가 심각한 인구 2억의 내수시장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 제조업 육성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대표 정책인 성장촉진프로그램(PAC)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투자가 한국 4대강 사업비의 3분의 1 수준인 60억달러에 그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결국 브라질 경제의 미래는 민간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릴 수 있느냐로 귀착된다. 정부 재정은 개선되고 있지만, 연금과 같은 경직성 지출이 많아 대규모 투자를 주도할 형편이 못 된다. 거액의 정부채를 발행하는 방법은 국가부도의 악몽으로나, 법적으로나 어려운 카드다.
상파울루에서 만난 경제전문가들은 민간의 투자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악명 높은 인프라시설과 빈약한 인적 자원을 꼽았다. 그러나 역외자 눈에는 심각할 정도의 경쟁 부재와 지하경제의 존재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정부가 관세장벽을 쌓아둔 동안 토종 대기업들은 사실상 공급자 시장에 안주하며 독과점 이윤을 누려왔다. 브라질은 북반부 제조 강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적이 없다. 또 브라질의 세율은 높고, 세정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추정되는 무자료 경제에 머무르는 기업에 투자 확대는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다.
브라질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던 보고서들은 예외 없이 ‘인프라 및 사람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달았다. 한인 기업인들은 “30년 동안 그 얘기를 듣고 살았다”며 냉소적이다. 바로 이 점에서 브라질 경제의 앞날은 역설적으로 낙관적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구조적인 것이며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유권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촉발시킨 6월 대규모 시위에서 저소득층 교육예산 확대가 슬로건으로 등장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브라질 경제의 구조적 난제들은 수십년 동안 존재했다. 다행히 최근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서 브라질 정부의 정책 노선은 구조적 난관을 경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 속도를 감안할 때 브라질이 10년 내 중국을 뒤이은 경제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브라질 경제가 과거처럼 구조적 난제 속에서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할 근거는 더욱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브릭스’ 용어를 만들어낸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2050년 브라질 경제가 지금의 5배인 10조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브라질 경제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쳤다. 그 절반인 5조달러 클럽도 향후 한 해 2.2%씩 성장해야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1% 미만의 성장세에 그친 브라질 경제가 연 2% 성장률을 달성하는 게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브라질 경제의 성장은 산업별로는 농·광업에, 수요 측면에서는 소비지출에 의존해왔다. 소비의 성장기여율은 줄곧 80% 이상을 유지해온 반면 투자는 20% 안팎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은 투자의 성장기여율이 60%대를 유지했던 것과 대비된다.
원유 및 광대한 농업자원은 브라질 경제를 낙관할 때 단골로 거론하는 아이템이다. ‘신의 축복’은 브릭스로 찬양받던 2000년대 초에나, 신흥시장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지금에나 마찬가지로 내리고 있다. 천연자원이란 노다지는 적절히 미래 투자로 이전시켜 다음 세대의 소득원으로 만들 수 있어야 ‘자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농업 부문도 중산층의 고용을 늘리는 지주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브라질 정부도 빈부격차가 심각한 인구 2억의 내수시장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 제조업 육성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대표 정책인 성장촉진프로그램(PAC)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투자가 한국 4대강 사업비의 3분의 1 수준인 60억달러에 그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결국 브라질 경제의 미래는 민간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릴 수 있느냐로 귀착된다. 정부 재정은 개선되고 있지만, 연금과 같은 경직성 지출이 많아 대규모 투자를 주도할 형편이 못 된다. 거액의 정부채를 발행하는 방법은 국가부도의 악몽으로나, 법적으로나 어려운 카드다.
상파울루에서 만난 경제전문가들은 민간의 투자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악명 높은 인프라시설과 빈약한 인적 자원을 꼽았다. 그러나 역외자 눈에는 심각할 정도의 경쟁 부재와 지하경제의 존재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정부가 관세장벽을 쌓아둔 동안 토종 대기업들은 사실상 공급자 시장에 안주하며 독과점 이윤을 누려왔다. 브라질은 북반부 제조 강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적이 없다. 또 브라질의 세율은 높고, 세정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추정되는 무자료 경제에 머무르는 기업에 투자 확대는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다.
브라질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던 보고서들은 예외 없이 ‘인프라 및 사람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달았다. 한인 기업인들은 “30년 동안 그 얘기를 듣고 살았다”며 냉소적이다. 바로 이 점에서 브라질 경제의 앞날은 역설적으로 낙관적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구조적인 것이며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유권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촉발시킨 6월 대규모 시위에서 저소득층 교육예산 확대가 슬로건으로 등장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브라질 경제의 구조적 난제들은 수십년 동안 존재했다. 다행히 최근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서 브라질 정부의 정책 노선은 구조적 난관을 경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 속도를 감안할 때 브라질이 10년 내 중국을 뒤이은 경제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브라질 경제가 과거처럼 구조적 난제 속에서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할 근거는 더욱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