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남자에 달렸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존 베이너 하원 의장(왼쪽)이 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셧다운(정부 일부 폐쇄)과 디폴트 사태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두 남자에 달렸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존 베이너 하원 의장(왼쪽)이 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셧다운(정부 일부 폐쇄)과 디폴트 사태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은 정치권이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데 실패해 미국이 일시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연방정부의 디폴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메가톤급’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그런 후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치킨게임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셧다운(정부 일부 폐쇄)이 2주째로 접어들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아직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은 더 요원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가 퍼지면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고 미국의 단기 국채 금리는 크게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의장은 이날도 서로를 비난하면서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내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한 달짜리 단기 국채 300억달러어치를 경매를 통해 팔았다. 경매에서 이 채권은 연 0.35%에 낙찰됐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금리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에 투자했을 때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많아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날 단기 국채 경매의 응찰률도 2.76배에 불과해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만큼 단기 국채의 인기가 줄었다는 얘기다.

미국 국채의 파산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크게 올랐다. CDS 트레이더들은 미국 국채 1000만유로를 보증하는 비용으로 5만8800만유로를 요구했다. 전날보다 9.7%, 지난달 20일에 비해서는 10배나 오른 수준이다.

한편 IMF는 이날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단기적인 연방정부 셧다운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셧다운이 더 길어지면 경제에 상당히 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특히 “셧댜운보다 부채 한도가 훨씬 중요하다”며 “부채 한도를 빨리 상향 조정하지 못해서 미국이 디폴트에 처한다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