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의장 구속으로 본 지방권력 부패…의장이 市간부들에 "신반포 해결하라" 압박
서울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철거업체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체포된 지난달 30일. 서울시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사업에 시의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김 의장이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을 풀기 위해 고위 간부들을 불러 수차례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겸직도 가능한 지방의원

서울시의회 의장 구속으로 본 지방권력 부패…의장이 市간부들에 "신반포 해결하라" 압박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인허가권을 둘러싼 지방 권력의 부패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의회 의장이 비리로 구속됐다는 사실은 충격”이라며 “문제는 지방의원들과 해당 지역 업자들 사이에 강한 부패 사슬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9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난해까지 임기 중 비위 사실로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은 1230명에 이른다. 임기 만료 후 적발 사례는 제외한 수치여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의회 의원의 연간 의정비는 6250만원이지만 시의원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은 국회의원 선거 못지않다는 게 한 시의원의 설명이다. 서울시의회는 연간 23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하는 권한과 시민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례를 제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로 인해 시의원들은 각종 이권이나 부당한 청탁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서울 일선구청 관계자는 “들어주지 않으면 부서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당할까봐 구의원 민원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사업을 위해 압력을 넣기도 한다. 서울지역 모 의원은 부인 명의의 식당으로 공무원들을 자주 불러 구설에 올랐다. 국회의원은 국무위원, 변호사, 교수 외에는 겸직할 수 없지만 지방의원은 그렇지 않다. 작년 말 안행부 조사에 따르면 17개 광역의회 의원 848명 가운데 39.3%인 333명이 개인 사업을 하거나 민간단체 임원 등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권력 감시 시스템 미비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출로 지방자치가 본격화한 이후 중앙정부의 인허가권이 지자체로 대거 이관되면서 지방공무원 비리도 만연하고 있다.

건축업자 A씨는 최근 건물 신축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서울 한 구청공무원들에게 시달렸다. A씨는 공무원들의 요구로 매주 토요일 골프를 접대했고 저녁엔 강남 고급 룸살롱에 들렀다고 말했다. 접대 후엔 용돈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찔러줬다. A씨는 “인허가를 받으려면 골프 및 향응 접대는 지금도 상식”이라고 전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경찰청에서 받은 ‘2008년 이후 공무원 뇌물수수 범죄 현황’에 따르면 뇌물 수수로 적발된 지방공무원은 1020명에 달했다. 전체 뇌물수수 공무원(1840명)의 55.4%다. 적발된 국가공무원(341명)의 세 배를 넘는다. 지난해 말 국가공무원이 61만명, 지방공무원이 35만명임을 감안하면 지방공무원 비리 사례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지방의원이나 지방공무원이 비리에 연루되더라도 적발은 쉽지 않다. 인허가 관련 비리가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고, 향응이나 뇌물을 주고 받는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방 권력에서 비롯되는 비리는 해당 지자체의 예산 낭비 및 부실 공사 등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적발하기 힘든 지방 권력의 부패를 내부 제보를 통해 차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인센티브 제공 등 관련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