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완벽만 좇다 '과부하'…차근차근 다시 올라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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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출전 위해 귀국 '예비 신부' 서희경
1라운드 6언더 공동 선두
"잇단 연장패배 후 조금만 잘못해도 자책
11월 결혼…최고의 선물은 우승컵이죠"
1라운드 6언더 공동 선두
"잇단 연장패배 후 조금만 잘못해도 자책
11월 결혼…최고의 선물은 우승컵이죠"
“오빠는 절 ‘라지’라고 불러요. 제 말투가 다정하지 못하고 ‘그랬잖아’ 하면서 툭툭 던지다보니 ‘자꾸 꼬라지(심술의 전라도 사투리)를 부린다’고 라지라고 불러요.”
‘필드의 패션모델’ 서희경(27·하이트진로)은 약혼자가 지은 자신의 별명을 이같이 공개했다. 서희경은 다음달 말 서울의 한 성당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마포에 신접 살림을 차린다. 자신의 소속사 대회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 서희경을 지난 9일 오후 경기 여주군 블루헤런G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서희경의 약혼자는 은행원이다. 2011년 말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에 우연히 합석하게 돼 서로 마음이 끌렸고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귀었다고 한다. ‘예비 신부’ 서희경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선수로서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미국 L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우승컵을 안지 못했잖아요. (박)인비는 약혼자를 만난 뒤 좋은 성적을 냈는데 전 오히려 부진해 오빠가 자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며 미안해 해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제가 잘해야죠.”
결혼 이후 국내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정색을 했다. “미국에서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어떻게 돌아와요. 칼을 뺐으면 무라도 베야죠. 그냥 돌아오면 나중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아요.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못 돌아옵니다. 2세 출산 계획도 우승 뒤로 미뤘어요.”
국내에서 2008년 6승, 2009년 5승 등 총 11승을 거두고 2010년 KIA클래식에서 우승한 덕에 미국 LPGA투어로 직행한 서희경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2011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패했고 지난해에도 호주여자오픈과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지난해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막판 4개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하며 우승을 놓친 것이었다. “당시 (김)인경이가 30㎝ 우승 퍼팅을 놓친 게 워낙 화제가 돼 저의 막판 4연속 보기가 묻혔지만 제겐 충격이 컸어요.”
서희경은 “그동안 너무 완벽을 추구했다. 샷이 안되면 리커버리를 하라고 쇼트게임이 있고 마무리 퍼팅이 있는데 정석대로만 치려고 했다. 잘 안되면 생각의 꼬리를 물고 혼자 늪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옛날 생각만 하고 그때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너무 잘된 것만 생각하다보니 조금만 잘못해도 부정적이 됐다. 연장에서 진 것은 나한테 문제가 있으니 더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과부하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희경은 모든 것을 프로 입문 때 초심으로 돌려놓았다. “골프가 싫어지는 것 같아 올해 처음으로 브리티시오픈 이후 2개 대회를 쉬었어요. 쉬면서 많은 것을 털어냈더니 마음이 편해졌죠. 3년 넘게 망가졌던 것을 한 번에 만회하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올라가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말은 평온해졌다고 했지만 속은 더욱 독해졌다. 서희경은 2008년 신지애와 연습을 함께하고 난 뒤 자극을 받아 우승 물꼬를 텄던 기억이 있다.
“당시 지애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처럼 속으로 독을 품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끝나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혼 선물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조언을 구했더니 ‘얼라인먼트(정렬)’에 신경쓸 것을 주문했다. 그는 “프로들도 얼라인먼트가 자주 망가진다. 엉뚱한 곳을 보고 치지 않으려면 공과 목표 지점의 연장선상에 포인트를 정하라. 공의 1m 앞에 포인트를 정한 다음 클럽페이스를 거기에 맞추고 몸을 정렬하면 바로 2타 이상은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희경은 아울러 “자기만의 리듬도 중요하다. 잘 맞을 때의 리듬을 잘 기억해둬야 한다. 잘 안 맞을 때 그 리듬을 되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희경은 10일 열린 하이트진로챔피언십 1라운드를 6언더파 66타로 마쳐 이민영(21·LIG)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여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필드의 패션모델’ 서희경(27·하이트진로)은 약혼자가 지은 자신의 별명을 이같이 공개했다. 서희경은 다음달 말 서울의 한 성당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마포에 신접 살림을 차린다. 자신의 소속사 대회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 서희경을 지난 9일 오후 경기 여주군 블루헤런G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서희경의 약혼자는 은행원이다. 2011년 말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에 우연히 합석하게 돼 서로 마음이 끌렸고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귀었다고 한다. ‘예비 신부’ 서희경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선수로서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미국 L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우승컵을 안지 못했잖아요. (박)인비는 약혼자를 만난 뒤 좋은 성적을 냈는데 전 오히려 부진해 오빠가 자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며 미안해 해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제가 잘해야죠.”
결혼 이후 국내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정색을 했다. “미국에서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어떻게 돌아와요. 칼을 뺐으면 무라도 베야죠. 그냥 돌아오면 나중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아요.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못 돌아옵니다. 2세 출산 계획도 우승 뒤로 미뤘어요.”
국내에서 2008년 6승, 2009년 5승 등 총 11승을 거두고 2010년 KIA클래식에서 우승한 덕에 미국 LPGA투어로 직행한 서희경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2011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패했고 지난해에도 호주여자오픈과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지난해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막판 4개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하며 우승을 놓친 것이었다. “당시 (김)인경이가 30㎝ 우승 퍼팅을 놓친 게 워낙 화제가 돼 저의 막판 4연속 보기가 묻혔지만 제겐 충격이 컸어요.”
서희경은 “그동안 너무 완벽을 추구했다. 샷이 안되면 리커버리를 하라고 쇼트게임이 있고 마무리 퍼팅이 있는데 정석대로만 치려고 했다. 잘 안되면 생각의 꼬리를 물고 혼자 늪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옛날 생각만 하고 그때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너무 잘된 것만 생각하다보니 조금만 잘못해도 부정적이 됐다. 연장에서 진 것은 나한테 문제가 있으니 더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과부하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희경은 모든 것을 프로 입문 때 초심으로 돌려놓았다. “골프가 싫어지는 것 같아 올해 처음으로 브리티시오픈 이후 2개 대회를 쉬었어요. 쉬면서 많은 것을 털어냈더니 마음이 편해졌죠. 3년 넘게 망가졌던 것을 한 번에 만회하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올라가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말은 평온해졌다고 했지만 속은 더욱 독해졌다. 서희경은 2008년 신지애와 연습을 함께하고 난 뒤 자극을 받아 우승 물꼬를 텄던 기억이 있다.
“당시 지애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처럼 속으로 독을 품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끝나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혼 선물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조언을 구했더니 ‘얼라인먼트(정렬)’에 신경쓸 것을 주문했다. 그는 “프로들도 얼라인먼트가 자주 망가진다. 엉뚱한 곳을 보고 치지 않으려면 공과 목표 지점의 연장선상에 포인트를 정하라. 공의 1m 앞에 포인트를 정한 다음 클럽페이스를 거기에 맞추고 몸을 정렬하면 바로 2타 이상은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희경은 아울러 “자기만의 리듬도 중요하다. 잘 맞을 때의 리듬을 잘 기억해둬야 한다. 잘 안 맞을 때 그 리듬을 되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희경은 10일 열린 하이트진로챔피언십 1라운드를 6언더파 66타로 마쳐 이민영(21·LIG)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여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