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9 글로벌 산업대전] 불황의 망망대해 건너…조선 수주 '순풍'…철강 '불끈'
[창간49 글로벌 산업대전] 불황의 망망대해 건너…조선 수주 '순풍'…철강 '불끈'
조선·해운·철강 업종에서는 시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조선이다. 지난해까지 조선사를 먹여살렸던 해양플랜트에 이어 상선 발주까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2015년께 회복될 것으로 점쳐진다. 철강 업종은 건설 경기 부진이 아직 발목을 잡고 있지만 조선용 후판 등은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허덕이던 조선 경기에 완연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지난해까지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로 간신히 조선소를 가동해왔다. 도크(선박을 건조하는 시설)를 비워 놓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내버리고 ‘저가 수주’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선박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격이 점차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 확실히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해양플랜트에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상선 수주까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선은 경기에 직접적으로 연동하기 때문에 이제 ‘조선 경기가 확실히 바닥을 지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올해 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이 작년보다 84%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선박 수주 예상치를 1400만CGT(수정 환산톤수)로 제시했다. 지난 7월 말 내놓았던 것보다 20.7%나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 연구소의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상선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호전 속도가 빨라 수주량 전망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사들은 올해 목표치를 초과하는 수주 달성이 예상된다.

해운 시황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는 힘들다. 올해 해운 시장은 선복량이 6% 증가한 반면 물동량은 4.2% 늘어나는 데 그쳐 공급 과잉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최근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 선박 발주가 늘고 있는 것도 수급에 부정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벌크선 운임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5년 정도는 돼야 눈에 띄는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으로 자금이 빠져나와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한국 철강업체의 수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한국 철강재 수출의 6.2%가량을 차지하는 인도 시장의 경우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한 160만t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이 같은 타격을 상쇄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기대를 갖기 힘든 상황이다. 또 양적완화 축소로 투기적 수요가 사라진다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 회복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철강사들은 되살아나고 있는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 강판, 고부가가치 전기강판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아직 살아날 조짐이 없어 바닥 다지기 수준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경기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