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9 글로벌 산업대전] 분기 영업익 10조시대 연 삼성전자…'자만과의 싸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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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반도체 쌍끌이 동반성장 진입
SDI, 전기차 배터리 美서 러브콜…테크윈, GE에 5년간 모듈 단독 공급
전계열사 미래 성장엔진 찾기 분주
SDI, 전기차 배터리 美서 러브콜…테크윈, GE에 5년간 모듈 단독 공급
전계열사 미래 성장엔진 찾기 분주
‘분기 영업이익 10조1000억원.’
삼성전자가 지난 4일 공시한 올 3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석 달 동안 매출 59조원을 올렸고, 영업이익 10조1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매일 6413억원을 팔아치우고, 1097억8000만원씩 번 셈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버는 회사가 또 있을까. 국내엔 없다.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이 분기 10조원을 넘는 회사도 SK에너지, 한국전력, GS칼텍스, 현대자동차 등 네다섯 개에 그친다.
세계를 다 뒤져도 드물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이 지난 7월 발표한 ‘글로벌 500’ 기업을 보면 지난해 분기 평균 10조원, 즉 연간 40조원(378억달러가량)이 넘는 이익을 올린 곳은 미국의 엑슨모빌과 애플,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 공상은행(ICBC) 등 4개에 불과하다.
○전자를 필두로 질주하는 삼성
삼성그룹의 큰 형, 삼성전자의 실적은 눈부시다. 2분기에 영업이익 9조원대에 처음 진입한 이후 1분기 만에 10조원대를 찍었다.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3.07%, 영업이익은 25.31% 급증했다. 모두 분기 사상 최대치다.
스마트폰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통신 부문에서 9000만대를 넘게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출시한 갤럭시노트3의 초기 물량과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은 덕분이다.
또 반도체 사업도 메모리 D램 가격 상승으로 3분기 2조5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익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1조5000억원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전체 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2%대에서 25%대로 갑절이 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2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은 2010년 3분기(3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통신 독주 체제에서 통신과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이끌어가는 ‘통·반 동반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10조5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래를 잡아라’ 전자계열사 약진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최근 세계적 장기 투자자인 캐피털그룹이 주식을 계속 매입,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이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크라이슬러의 F500e는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달에는 BMW가 첫 전기차 i3의 전 세계 판매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증설에 한창이다. 2010년 완공된 삼성SDI 울산 자동차배터리 공장(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의 1호 라인 옆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V)용 전지를 만드는 2호 라인,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3호 라인을 만들고 있다. 모두 올 4분기 가동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미국의 세계적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내년부터 삼성SDI 배터리를 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0’이던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매출은 올해 1500억원 안팎, 내년에는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내년 2개 라인이 추가로 증설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며 2015년 하반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기의 경우 ‘디지털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흘려보내주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뿐 아니라 무기와 의료기기, 로켓, 로봇까지 수백~수천개씩 들어간다. 1986년 시장에 뛰어들어 2003년까지 점유율이 3%에 불과했으나, 2009년 17%를 달성해 업계 2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는 24%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세계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를 바짝 쫓고 있다.
삼성테크윈도 올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 5년간 6051억원 규모의 LPT 모듈을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LM2500은 30여개국의 400여 해군 함정에 들어간 GE사의 대표적인 가스터빈 엔진. 삼성테크윈은 2004년부터 LPT 모듈 납품을 시작했으며, 이번에 기술력을 인정한 GE가 계약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칩마운터에서도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중속기 칩마운터 세계 1위인 삼성테크윈은 최근 고속기 개발을 끝내고 납품을 시작했다. 칩마운터는 전자기판에 각종 칩을 꽂아주는 기계로 중속기는 시간당 3만9000개의 칩을 꽂지만, 고속기는 12만개(초당 32개) 수준으로 3배 이상 빠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칩마운터 시장 규모가 연간 40억달러인데, 이 중 고속기가 19억달러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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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위기경영' 은 계속된다
‘자만하면 망한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책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나’에서 기업이 망하는 1단계를 ‘성공에서 자만심이 생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사례는 수도 없다. TV 휴대폰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다 추락한 소니, 노키아도 자만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이들과 다른 점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리더십, 특유의 ‘위기경영’이 꼽힌다. 그는 지난 20년간 메기론(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힘도 세지고 날렵해진다) 등으로 삼성을 끊임없이 채찍질해왔다.
삼성의 성공 토대가 된 1993년 신경영 선언도 당시 국내 1위에 올라 한껏 들떠 있던 삼성에 날린 경고였다. 이 회장은 임원 교육서인 ‘삼성 신경영’에서 “1992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게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질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신경영 선언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또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삼성은 애플발 스마트폰 폭풍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한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일부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5년 불거진 ‘X파일 사건’에서 여러 건의 불법을 저지른 게 발견돼 사법 처리를 받았다. 작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를 방해했다가 벌금을 물었고, 올해 반도체 공장 불산 유출 사건 때는 은폐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불거진다는 것은 ‘자만하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주년 기념일로 삼성이 들떠 있던 지난 6월7일, 43만명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특유의 ‘위기경영’을 또 한번 펼친 것이다.
또 지난 8월1일에는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7월26일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물탱크 파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올 들어 계속 이어진 안전사고에 위기감, 경각심을 일으킨 것이다.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이 회장의 꿈인 ‘창의 삼성’과는 아직 거리가 먼 만큼 삼성은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현석/윤정현 기자 realist@hankyung.com
삼성전자가 지난 4일 공시한 올 3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석 달 동안 매출 59조원을 올렸고, 영업이익 10조1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매일 6413억원을 팔아치우고, 1097억8000만원씩 번 셈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버는 회사가 또 있을까. 국내엔 없다.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이 분기 10조원을 넘는 회사도 SK에너지, 한국전력, GS칼텍스, 현대자동차 등 네다섯 개에 그친다.
세계를 다 뒤져도 드물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이 지난 7월 발표한 ‘글로벌 500’ 기업을 보면 지난해 분기 평균 10조원, 즉 연간 40조원(378억달러가량)이 넘는 이익을 올린 곳은 미국의 엑슨모빌과 애플,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 공상은행(ICBC) 등 4개에 불과하다.
○전자를 필두로 질주하는 삼성
삼성그룹의 큰 형, 삼성전자의 실적은 눈부시다. 2분기에 영업이익 9조원대에 처음 진입한 이후 1분기 만에 10조원대를 찍었다.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3.07%, 영업이익은 25.31% 급증했다. 모두 분기 사상 최대치다.
스마트폰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통신 부문에서 9000만대를 넘게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출시한 갤럭시노트3의 초기 물량과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은 덕분이다.
또 반도체 사업도 메모리 D램 가격 상승으로 3분기 2조5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익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1조5000억원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전체 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2%대에서 25%대로 갑절이 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2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은 2010년 3분기(3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통신 독주 체제에서 통신과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이끌어가는 ‘통·반 동반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10조5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래를 잡아라’ 전자계열사 약진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최근 세계적 장기 투자자인 캐피털그룹이 주식을 계속 매입,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이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크라이슬러의 F500e는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달에는 BMW가 첫 전기차 i3의 전 세계 판매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증설에 한창이다. 2010년 완공된 삼성SDI 울산 자동차배터리 공장(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의 1호 라인 옆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V)용 전지를 만드는 2호 라인,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3호 라인을 만들고 있다. 모두 올 4분기 가동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미국의 세계적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내년부터 삼성SDI 배터리를 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0’이던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매출은 올해 1500억원 안팎, 내년에는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내년 2개 라인이 추가로 증설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며 2015년 하반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기의 경우 ‘디지털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흘려보내주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뿐 아니라 무기와 의료기기, 로켓, 로봇까지 수백~수천개씩 들어간다. 1986년 시장에 뛰어들어 2003년까지 점유율이 3%에 불과했으나, 2009년 17%를 달성해 업계 2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는 24%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세계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를 바짝 쫓고 있다.
삼성테크윈도 올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 5년간 6051억원 규모의 LPT 모듈을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LM2500은 30여개국의 400여 해군 함정에 들어간 GE사의 대표적인 가스터빈 엔진. 삼성테크윈은 2004년부터 LPT 모듈 납품을 시작했으며, 이번에 기술력을 인정한 GE가 계약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칩마운터에서도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중속기 칩마운터 세계 1위인 삼성테크윈은 최근 고속기 개발을 끝내고 납품을 시작했다. 칩마운터는 전자기판에 각종 칩을 꽂아주는 기계로 중속기는 시간당 3만9000개의 칩을 꽂지만, 고속기는 12만개(초당 32개) 수준으로 3배 이상 빠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칩마운터 시장 규모가 연간 40억달러인데, 이 중 고속기가 19억달러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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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위기경영' 은 계속된다
‘자만하면 망한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책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나’에서 기업이 망하는 1단계를 ‘성공에서 자만심이 생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사례는 수도 없다. TV 휴대폰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다 추락한 소니, 노키아도 자만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이들과 다른 점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리더십, 특유의 ‘위기경영’이 꼽힌다. 그는 지난 20년간 메기론(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힘도 세지고 날렵해진다) 등으로 삼성을 끊임없이 채찍질해왔다.
삼성의 성공 토대가 된 1993년 신경영 선언도 당시 국내 1위에 올라 한껏 들떠 있던 삼성에 날린 경고였다. 이 회장은 임원 교육서인 ‘삼성 신경영’에서 “1992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게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질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신경영 선언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또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삼성은 애플발 스마트폰 폭풍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한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일부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5년 불거진 ‘X파일 사건’에서 여러 건의 불법을 저지른 게 발견돼 사법 처리를 받았다. 작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를 방해했다가 벌금을 물었고, 올해 반도체 공장 불산 유출 사건 때는 은폐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불거진다는 것은 ‘자만하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주년 기념일로 삼성이 들떠 있던 지난 6월7일, 43만명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특유의 ‘위기경영’을 또 한번 펼친 것이다.
또 지난 8월1일에는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7월26일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물탱크 파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올 들어 계속 이어진 안전사고에 위기감, 경각심을 일으킨 것이다.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이 회장의 꿈인 ‘창의 삼성’과는 아직 거리가 먼 만큼 삼성은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현석/윤정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