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대거 내다 팔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평가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까지 3개월간 외국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3조2400억엔(약 35조원)어치 순매도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이후 최대의 국채 매도다.

FT는 보유 자산 가치 하락을 두려워하는 각국 중앙은행이 일본 국채 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일본 국채가격은 올 들어 9.1% 하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일본 국채를 사들이며 풀린 돈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통해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 이르러 미국(19%)과 유럽연합(13%) 등 다른 선진 경제권에 비해 비율이 아주 높다.

이렇게 해외 투자자들이 내던진 국채는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3분기 일본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2조2000억엔 순매수했다.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일본국채지수가 1.45% 상승하는 등 국채값이 오르고 있어 환손실 우려가 없는 일본 국내 투자자라면 아직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그렇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매도가 지속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일 배스 헤이맨캐피털 대표는 지난 5월 “일본 국내 투자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GDP 대비 2.2배 수준까지 차오른 부채 규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2년 내에 매수자 실종으로 일본 국채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 우려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국채 인기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외국 투자자들은 3230억엔어치의 일본 국채를 순매수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