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여명의 눈동자' 마타 하리
1917년 10월15일 프랑스 파리. 한 미모의 여인이 12발의 총성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죄목은 1차세계대전(1914~1918) 중 연합군의 정보를 독일에 팔아넘긴 ‘반역죄’였다. 그녀의 이름은 마타 하리.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이다.

1876년 네덜란드 상인의 딸로 태어난 그의 본명은 마그레타 젤러였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친척집을 전전하던 19세 소녀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결혼을 택했다. 구혼광고를 낸 39세 군인과 결혼해 남편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두 아이를 낳았다.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7년 만에 이혼한 뒤 파리로 갔다. 생계가 막막했던 그를 먹여살린 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배운 이스탄댄스였다. 이름을 마타 하리로 바꾸고, 자신을 ‘자바섬의 공주’로 포장했다. 파리 남성들은 그의 스트립 댄스에 열광했다. 프랑스 정치인과 네덜란드 총리, 프로이센 황태자까지 그의 팬이 됐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마타 하리 포섭에 나섰다. 지적이고 섹시한 외모에 각국 고위 인사들과 친했던 마타 하리는 전쟁 중 스파이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독일에 먼저 포섭됐고, 이후 프랑스 요원이 되기도 했다. ‘암호명 H21 마타 하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7년, 독일의 정보를 입수한 프랑스는 그녀를 체포해 재판 3개월 만에 처형했다.

그로부터 82년, 1999년 비밀해제된 영국의 1차대전 문서는 “마타 하리가 정보를 넘겨줬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고, ‘100년간 봉인’으로 분류된 프랑스 관련 문서는 2017년 공개될 예정이다. 그녀는 정말 스파이였을까.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