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 바람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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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 주제는 정부가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 구조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장기가입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장년층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문제 제기는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서 후퇴한 것에 대한 반발 여론과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정부안을 입법예고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모두 국가가 지원하는 금액이 담겨 있기 때문에 중복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두 개의 연금에서 지원되는 금액을 합치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세대 노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면서 후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연금문제는 대부분 국가에서 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리는 연금개혁, 기초노령연금 도입과정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 원장과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에게서 각각 정부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찬성 후세 부담·나라살림 등 고려…연금 많으면 덜 받는게 타당
14년 전인 1999년 4월 국민연금이 도시지역 자영업자 등에게 확대 적용되면서 한국에서 전국민 연금시대가 열렸다. 당시만 해도 65세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7% 정도였다. 이후 노인 인구는 예상대로 급속히 증가해 올해 전체의 12%를 넘었고, 2017년에는 14%를 기록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 비율인 20%대에 이르고, 2050년에는 무려 3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급속한 고령화로 최근 노인 빈곤, 질병, 치매, 자살 등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빈곤한 노인이 전체 노인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지만, 연금을 탈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연금을 타려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전체 국민에게 적용된 지 14년밖에 되지 않았고, 노인 중 상당수는 이미 나이가 많아 국민연금에 가입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에 따라 2007년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인구의 70%가 받지만, 급여 수준이 10만원도 되지 않아 빈곤해소 효과가 적다는 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을 2014년부터 올리겠다고 공약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거쳐 최근 기초연금 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기초연금 정부안의 핵심 내용은 65세 노인의 7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3년 평균소득(A값)의 10%(2014년 20만원)를 지급하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최소 1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나머지 10만원 이내에서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서서히 감액하도록 했다.
노인 인구 2050년 37%로 초고령화사회 대책 시급
정부가 기초연금안을 발표하자 다양한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70%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다 주는가’ 아니면 일부 계층에게 ‘감액한 뒤 주는가’와 감액할 경우 ‘국민연금 급여에 연계할 것인지’ 아니면 ‘소득에 연계할 것인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왜 일부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일부 감액하고 주는 것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 빈곤 해소가 우선적 과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연금제도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이다.
미래에 노인이 더욱 늘어나면 그만큼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인구가 전체의 30%나 40%를 넘어도 노인의 70%에게 무조건 기초연금 최고액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다. 후세대에 우리가 내는 세금의 몇 배를 기초연금을 위해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미안한 일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현세대의 빈곤해소와 함께 후세대가 과다하게 비용 부담을 하지 않도록 짐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인구구조를 보면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날 것임이 분명한 반면, 미래의 경제 상황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미래 세대의 부담 경감과 세대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제도의 성숙에 따라 어떤 형태로건 소득이나 연금이 좀 더 많은 일정 집단에게는 기초연금을 조금 덜 주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차등지급을 전제로 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감액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정부안처럼 국민연금 급여액과 연계해 감액하는 것과 소득에 따라 감액하는 것 중 어떤 방식이 더 합리적인지 살펴보자. 언뜻 보기에는 국민연금을 노령연금액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감하는 것보다 소득에 따라 감하는 것이 더 형평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우선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의 소득 실태를 보면 39%는 소득도 재산도 없다. 43%는 소득인정액이 50만원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18%는 50만원부터 1인 가구 83만원, 부부 133만원까지 분포돼 있다. 여기서 소득인정액이란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들의 소득인정액 중 3분의 2가 재산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득인정액이 30만원이면 20만원은 본인이 사는 집이나 전세금 등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것으로 실제로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머지 3분의 1 가운데 80~90%는 국민연금 소득이고, 10~20%는 근로소득이다. 다른 소득은 극히 미미하다.
이 말의 의미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 이외에는 거의 소득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인 인구 가운데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납부 보험료에 비해 훨씬 높은 연금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기초노령연금을 조금 감액해도 국민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분들과의 형평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낸 보험료보다 훨씬 더 받아 미가입자와 형평성 문제없어
다만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분들의 국민연금액은 대부분 30만원을 넘지 못해 향후 기초연금 20만원을 다 받아도 소득이 여전히 적기 때문에 이런 분들까지 기초연금 감액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또 앞으로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받는 연금액이 가입하지 않고 기초연금만 받는 것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욕을 떨어뜨려 제도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기초연금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안은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최저보증 기초연금 부분(10만원)을 주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늘어나는 부분을 모두 감액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계수(3분의 2)를 적용해 기초연금에서 감액하는 부분을 줄여주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연계안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노인빈곤율 감소, 미래의 재정여건, 후세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
반대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불리…국가 ‘짐’만 오히려 더 늘 것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발표된 후 논쟁이 뜨겁다. 논쟁은 크게 두 갈래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이라고 믿는 야당 등에서는 소득하위 70%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공약위반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공약의 기본 정신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운영이었기 때문에 이를 연계하는 것은 공약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운영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 운영해야 미래 세대의 부담이 적어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는 2028년 40%까지 하락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보충하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자 3년간 평균소득(이하 A값)의 10%에 달하는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고 주장한다. 2028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A값의 10%(현재 월 20만원, 2040년 월 40만원)가 지급될 예정이었는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정부안대로 실행하면 오히려 전체 소득대체율이 하락한다고 비판한다. 당초 약속했던 2028년 기초노령연금 10% 소득대체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립된 제도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원리가 상이한 두 제도를 한 틀에 묶어 충돌 불가피
먼저 2028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A값의 10%를 보장하기로 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득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축소하려고 노력했다. 2011년 국회에서 만들어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재구조화위원회’에 전달된 당시 정부의 입장도 기초노령연금액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수급대상을 최저생계비의 140% 또는 150% 선에 맞추자는 것이었다. 당분간은 준보편적 제도로 기초노령연금을 운영하되,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증가에 맞춰 기초노령연금 수급률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합해 50%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기 위해 기초연금이 도입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소득하위 7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 운영하겠다는 정부안 역시 올바른 판단과 잘못된 판단이 섞여 있는 것 같다. 많은 논란에도 소득상위 30%를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다. 공약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우리가 처한 인구·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다는 점에서다.
반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운영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원리가 상이한 두 제도를 하나의 틀속에 묶음에 따라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면 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사회보험제도인 반면, 기초연금은 제도 속성 자체가 모호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세금으로 조달하는 무기여 방식의 기초연금을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연금을 지급하는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장기가입 유도라는 정책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낮아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가입을 유도하는 기본 전략과도 배치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기초연금 지급액의 연계가 당초 취지와 달리 장기 가입자 감소와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초연금안은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자신이 보험료 100%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소득이 적은 건설 일용직, 특수형태 근로자,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국민연금 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득수준이 낮거나 가입기간이 짧아 예상 국민연금액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금액이 A값의 10%로 유지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액이 월 20만원에서 2040년께 월 40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수급권이 없는 취약계층 부부는 월 64만원(월 80만원에서 20% 감액)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월 64만원(부부 기준)의 기초연금에 상응하는 월 32만원(부부 1인 기준)의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월 100만원 소득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20년, 월 200만원인 경우에는 15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생활이 팍팍하고 예상 국민연금액도 많지 않은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서 누가 20년 동안 매달 꼬박 9만원의 보험료(월 100만원 소득자), 그리고 15년 동안 18만원의 보험료(월 200만원 소득자)를 납부하려 하겠는가. 국민연금이 없으면 기초연금을 월 40만원(2040년 기준)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취약계층 불신 더 높아져 국민연금 사각지대 확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운영은 자칫 국민연금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잠재적 사각지대를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돼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확대되면 자신의 힘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줄고, 노후 빈곤율은 높아질 것이다. 결국 높은 노인빈곤율 해소(또는 완화)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부담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왜 국민연금을 도입했고, 기초연금을 통해 어떤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하는가 등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공약을 지켰느니 안 지켰느니, 누가 나보다 더 받느니 못 받느니 하는 논쟁과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초연금에 대한 명확한 성격 규명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 같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현 노인층에게는 준보편적 기초연금제도가 불가피하나, 국민연금제도 등으로 어느 정도 노후 준비가 가능한 미래 세대에게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어려운 취약계층 중심 제도로 기초연금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청사진이 필요한 이유다.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을 어려운 노인 중심의 제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할 경우 오히려 국민적 합의 도출이 수월할 수 있다.
기계적인 방법을 통한 기초연금 차감지급 방식보다는 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읽을 만한 자료
△OECD. 2011. Pensions at a Glance: Retirement-Income System in OECD and G20 Countries. △우해봉. 2012. OECD 국가의 노후최저소득보장제도 운영 현황과 시사점. 국민연금연구원.
△윤석명 외, 「지속 가능 공적연금 분야 보고서」,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종합연구』, 기획재정부, 2012년
△윤석명 외, 「인수위 국민행복연금(안) 평가」, 『사회보장연구』, 한국사회보장학회, 제29권 제2호, 2013년 5월.
△윤석명 외, 『기초노령연금 선정기준 연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0.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 구조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장기가입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장년층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문제 제기는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서 후퇴한 것에 대한 반발 여론과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정부안을 입법예고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모두 국가가 지원하는 금액이 담겨 있기 때문에 중복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두 개의 연금에서 지원되는 금액을 합치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세대 노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면서 후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연금문제는 대부분 국가에서 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리는 연금개혁, 기초노령연금 도입과정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 원장과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에게서 각각 정부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찬성 후세 부담·나라살림 등 고려…연금 많으면 덜 받는게 타당
14년 전인 1999년 4월 국민연금이 도시지역 자영업자 등에게 확대 적용되면서 한국에서 전국민 연금시대가 열렸다. 당시만 해도 65세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7% 정도였다. 이후 노인 인구는 예상대로 급속히 증가해 올해 전체의 12%를 넘었고, 2017년에는 14%를 기록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 비율인 20%대에 이르고, 2050년에는 무려 3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급속한 고령화로 최근 노인 빈곤, 질병, 치매, 자살 등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빈곤한 노인이 전체 노인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지만, 연금을 탈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연금을 타려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전체 국민에게 적용된 지 14년밖에 되지 않았고, 노인 중 상당수는 이미 나이가 많아 국민연금에 가입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에 따라 2007년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인구의 70%가 받지만, 급여 수준이 10만원도 되지 않아 빈곤해소 효과가 적다는 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을 2014년부터 올리겠다고 공약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거쳐 최근 기초연금 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기초연금 정부안의 핵심 내용은 65세 노인의 7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3년 평균소득(A값)의 10%(2014년 20만원)를 지급하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최소 1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나머지 10만원 이내에서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서서히 감액하도록 했다.
노인 인구 2050년 37%로 초고령화사회 대책 시급
정부가 기초연금안을 발표하자 다양한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70%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다 주는가’ 아니면 일부 계층에게 ‘감액한 뒤 주는가’와 감액할 경우 ‘국민연금 급여에 연계할 것인지’ 아니면 ‘소득에 연계할 것인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왜 일부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일부 감액하고 주는 것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 빈곤 해소가 우선적 과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연금제도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이다.
미래에 노인이 더욱 늘어나면 그만큼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인구가 전체의 30%나 40%를 넘어도 노인의 70%에게 무조건 기초연금 최고액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다. 후세대에 우리가 내는 세금의 몇 배를 기초연금을 위해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미안한 일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현세대의 빈곤해소와 함께 후세대가 과다하게 비용 부담을 하지 않도록 짐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인구구조를 보면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날 것임이 분명한 반면, 미래의 경제 상황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미래 세대의 부담 경감과 세대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제도의 성숙에 따라 어떤 형태로건 소득이나 연금이 좀 더 많은 일정 집단에게는 기초연금을 조금 덜 주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차등지급을 전제로 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감액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정부안처럼 국민연금 급여액과 연계해 감액하는 것과 소득에 따라 감액하는 것 중 어떤 방식이 더 합리적인지 살펴보자. 언뜻 보기에는 국민연금을 노령연금액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감하는 것보다 소득에 따라 감하는 것이 더 형평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우선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의 소득 실태를 보면 39%는 소득도 재산도 없다. 43%는 소득인정액이 50만원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18%는 50만원부터 1인 가구 83만원, 부부 133만원까지 분포돼 있다. 여기서 소득인정액이란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들의 소득인정액 중 3분의 2가 재산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득인정액이 30만원이면 20만원은 본인이 사는 집이나 전세금 등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것으로 실제로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머지 3분의 1 가운데 80~90%는 국민연금 소득이고, 10~20%는 근로소득이다. 다른 소득은 극히 미미하다.
이 말의 의미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 이외에는 거의 소득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인 인구 가운데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납부 보험료에 비해 훨씬 높은 연금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기초노령연금을 조금 감액해도 국민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분들과의 형평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낸 보험료보다 훨씬 더 받아 미가입자와 형평성 문제없어
다만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분들의 국민연금액은 대부분 30만원을 넘지 못해 향후 기초연금 20만원을 다 받아도 소득이 여전히 적기 때문에 이런 분들까지 기초연금 감액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또 앞으로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받는 연금액이 가입하지 않고 기초연금만 받는 것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욕을 떨어뜨려 제도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기초연금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안은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최저보증 기초연금 부분(10만원)을 주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늘어나는 부분을 모두 감액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계수(3분의 2)를 적용해 기초연금에서 감액하는 부분을 줄여주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연계안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노인빈곤율 감소, 미래의 재정여건, 후세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
반대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불리…국가 ‘짐’만 오히려 더 늘 것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발표된 후 논쟁이 뜨겁다. 논쟁은 크게 두 갈래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이라고 믿는 야당 등에서는 소득하위 70%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공약위반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공약의 기본 정신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운영이었기 때문에 이를 연계하는 것은 공약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운영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 운영해야 미래 세대의 부담이 적어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는 2028년 40%까지 하락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보충하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자 3년간 평균소득(이하 A값)의 10%에 달하는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고 주장한다. 2028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A값의 10%(현재 월 20만원, 2040년 월 40만원)가 지급될 예정이었는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정부안대로 실행하면 오히려 전체 소득대체율이 하락한다고 비판한다. 당초 약속했던 2028년 기초노령연금 10% 소득대체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립된 제도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원리가 상이한 두 제도를 한 틀에 묶어 충돌 불가피
먼저 2028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A값의 10%를 보장하기로 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득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축소하려고 노력했다. 2011년 국회에서 만들어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재구조화위원회’에 전달된 당시 정부의 입장도 기초노령연금액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수급대상을 최저생계비의 140% 또는 150% 선에 맞추자는 것이었다. 당분간은 준보편적 제도로 기초노령연금을 운영하되,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증가에 맞춰 기초노령연금 수급률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합해 50%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기 위해 기초연금이 도입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소득하위 7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 운영하겠다는 정부안 역시 올바른 판단과 잘못된 판단이 섞여 있는 것 같다. 많은 논란에도 소득상위 30%를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다. 공약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우리가 처한 인구·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다는 점에서다.
반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운영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원리가 상이한 두 제도를 하나의 틀속에 묶음에 따라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면 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사회보험제도인 반면, 기초연금은 제도 속성 자체가 모호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세금으로 조달하는 무기여 방식의 기초연금을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연금을 지급하는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장기가입 유도라는 정책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낮아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가입을 유도하는 기본 전략과도 배치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기초연금 지급액의 연계가 당초 취지와 달리 장기 가입자 감소와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초연금안은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자신이 보험료 100%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소득이 적은 건설 일용직, 특수형태 근로자,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국민연금 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득수준이 낮거나 가입기간이 짧아 예상 국민연금액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금액이 A값의 10%로 유지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액이 월 20만원에서 2040년께 월 40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수급권이 없는 취약계층 부부는 월 64만원(월 80만원에서 20% 감액)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월 64만원(부부 기준)의 기초연금에 상응하는 월 32만원(부부 1인 기준)의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월 100만원 소득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20년, 월 200만원인 경우에는 15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생활이 팍팍하고 예상 국민연금액도 많지 않은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서 누가 20년 동안 매달 꼬박 9만원의 보험료(월 100만원 소득자), 그리고 15년 동안 18만원의 보험료(월 200만원 소득자)를 납부하려 하겠는가. 국민연금이 없으면 기초연금을 월 40만원(2040년 기준)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취약계층 불신 더 높아져 국민연금 사각지대 확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운영은 자칫 국민연금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잠재적 사각지대를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돼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확대되면 자신의 힘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줄고, 노후 빈곤율은 높아질 것이다. 결국 높은 노인빈곤율 해소(또는 완화)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부담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왜 국민연금을 도입했고, 기초연금을 통해 어떤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하는가 등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공약을 지켰느니 안 지켰느니, 누가 나보다 더 받느니 못 받느니 하는 논쟁과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초연금에 대한 명확한 성격 규명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 같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현 노인층에게는 준보편적 기초연금제도가 불가피하나, 국민연금제도 등으로 어느 정도 노후 준비가 가능한 미래 세대에게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어려운 취약계층 중심 제도로 기초연금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청사진이 필요한 이유다.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을 어려운 노인 중심의 제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할 경우 오히려 국민적 합의 도출이 수월할 수 있다.
기계적인 방법을 통한 기초연금 차감지급 방식보다는 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읽을 만한 자료
△OECD. 2011. Pensions at a Glance: Retirement-Income System in OECD and G20 Countries. △우해봉. 2012. OECD 국가의 노후최저소득보장제도 운영 현황과 시사점. 국민연금연구원.
△윤석명 외, 「지속 가능 공적연금 분야 보고서」,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종합연구』, 기획재정부, 2012년
△윤석명 외, 「인수위 국민행복연금(안) 평가」, 『사회보장연구』, 한국사회보장학회, 제29권 제2호, 2013년 5월.
△윤석명 외, 『기초노령연금 선정기준 연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