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성과급 체계, 나라 경제 흔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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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경제학상·젊은 경제학자상 수상자 특강
김선구 서울대 교수 "통상임금 소급적용은 계약이론에 배치…납득 안돼"
이지홍 서울대 교수 "법이 노사계약 틀 정하면 당사자들 자율성 크게 약화"
김선구 서울대 교수 "통상임금 소급적용은 계약이론에 배치…납득 안돼"
이지홍 서울대 교수 "법이 노사계약 틀 정하면 당사자들 자율성 크게 약화"
“잘못된 성과급 체계로 한 조직, 한 기업뿐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습니다.”
제32회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인 김선구 서울대 교수는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열린 시상식 특강에서 “본인과 대리인 문제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해결하려면 대리인에 적절한 인센티브(유인계약)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함부로 인센티브를 부여해서는 곤란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본인-대리인 간 도덕적 해이의 해결 방안을 수리적 모형으로 제시해 세계적인 경제학자 반열에 올랐다.
김 교수는 △대리인에 대한 행위의 위임이 있고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며(정보의 비대칭성)△본인과 대리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이해상충)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유인계약을 반드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과 대리인 간 고정급이나 성과급, 보너스, 승진 계약 등을 통해 주인이 대리인을 간접적으로 통제(컨트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하지만 “대리인의 행동은 대부분 단면이 아니라 다면적이어서 유인계약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들었다. 김 교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본인)는 펀드매니저(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실적에 성과급을 반영한 인센티브 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기본급을 주고 운용 성과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보너스를 챙겨주는 방식이었다. 김 교수는 “펀드매니저는 회사의 위험을 관리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지만 높은 성과급만 노린 채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실적이 좋을 때는 성과급을 챙겼지만 리스크는 회사가 모두 떠안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린 결과가 거대 금융회사의 파산과 글로벌 금융시스템 붕괴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프레임’을 국내 정치상황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본인)과 정치인(대리인) 간 관계에서 정치인이 자신의 이익추구에 급급해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 교수는 “도덕적 해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어느 법안을 만들고 어디에 찬성했는지 국민들이 기억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 발의 개수로 의원을 평가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로 인해 정치인들의 ‘한건주의’가 더 심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동계의 통상임금 줄소송 문제는 국민의 대리인인 법원의 도덕적 해이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미 완료된 사적 고용계약을 법원이 방향을 틀어 과거로 소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는 “애초부터 노사가 자유 계약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확정해 놓은 것 아니냐”며 “일부 노동계가 법원 판결 이전까지 소급해 통상임금에 성과급을 포함하려는 것은 계약이론을 연구한 학자 입장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 ‘다산 젊은경제학자상’을 받은 이지홍 서울대 부교수는 “노사 계약의 틀까지 법이 정해준다면 계약을 하는 당사자들의 자율성이 줄어들게 된다”며 “법과 계약의 경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
제32회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인 김선구 서울대 교수는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열린 시상식 특강에서 “본인과 대리인 문제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해결하려면 대리인에 적절한 인센티브(유인계약)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함부로 인센티브를 부여해서는 곤란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본인-대리인 간 도덕적 해이의 해결 방안을 수리적 모형으로 제시해 세계적인 경제학자 반열에 올랐다.
김 교수는 △대리인에 대한 행위의 위임이 있고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며(정보의 비대칭성)△본인과 대리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이해상충)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유인계약을 반드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과 대리인 간 고정급이나 성과급, 보너스, 승진 계약 등을 통해 주인이 대리인을 간접적으로 통제(컨트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하지만 “대리인의 행동은 대부분 단면이 아니라 다면적이어서 유인계약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들었다. 김 교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본인)는 펀드매니저(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실적에 성과급을 반영한 인센티브 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기본급을 주고 운용 성과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보너스를 챙겨주는 방식이었다. 김 교수는 “펀드매니저는 회사의 위험을 관리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지만 높은 성과급만 노린 채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실적이 좋을 때는 성과급을 챙겼지만 리스크는 회사가 모두 떠안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린 결과가 거대 금융회사의 파산과 글로벌 금융시스템 붕괴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프레임’을 국내 정치상황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본인)과 정치인(대리인) 간 관계에서 정치인이 자신의 이익추구에 급급해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 교수는 “도덕적 해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어느 법안을 만들고 어디에 찬성했는지 국민들이 기억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 발의 개수로 의원을 평가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로 인해 정치인들의 ‘한건주의’가 더 심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동계의 통상임금 줄소송 문제는 국민의 대리인인 법원의 도덕적 해이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미 완료된 사적 고용계약을 법원이 방향을 틀어 과거로 소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는 “애초부터 노사가 자유 계약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확정해 놓은 것 아니냐”며 “일부 노동계가 법원 판결 이전까지 소급해 통상임금에 성과급을 포함하려는 것은 계약이론을 연구한 학자 입장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 ‘다산 젊은경제학자상’을 받은 이지홍 서울대 부교수는 “노사 계약의 틀까지 법이 정해준다면 계약을 하는 당사자들의 자율성이 줄어들게 된다”며 “법과 계약의 경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