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프리카 투자 늦으면 후회"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가 11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아프리카 개발을 서두르는 동안 한국만 뒤처진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 초청 강연에서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하고 인프라 수요도 많은 반면 한국은 교통 통신 건설 등 인프라 기술이 뛰어나고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호보완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눈부신 경제발전 경험을 가진 한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프라 개발 참여 등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연기금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은 나의 스승 … 준비된 Fed의장”

삭스 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조차 빈곤 탈출의 초기 단계에서는 해외 원조를 받았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부상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아프리카 원조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극도로 빈곤한 마을이 어떻게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었다”며 “새마을 운동을 응용해 아프리카의 마을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삭스 교수는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꼽힌다. 하버드대 수석 졸업 및 최연소(29세) 정교수 임용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MDG는 가난·기아 퇴치, 교육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유엔의 개발원조 프로그램이다.

삭스 교수는 최근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과 디폴트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 셧다운이 만약 디폴트로 넘어간다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겠지만 디폴트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과거에도 몇 차례 발생했고 마치 몇 년 전 방송한 TV 쇼가 재방송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이 워싱턴 드라마를 박진감있게 지켜보고 있어서 협상이 바로 타결되지는 않겠지만 마지막까지 싸우다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의회는 2011년 8월에도 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서 디폴트 시한을 하루 앞두고 막판 극적인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삭스 교수는 라이벌인 서머스가 탈락하고 재닛 옐런이 Fed 의장에 지명받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옐런은 40년 전 내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준 스승”이라며 “정직함과 시민을 섬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Fed 부의장을 지내는 등 이렇게 준비된 Fed 의장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