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발인을 하지 않은 채 부의금만 챙겨 종적을 감춘 자녀들에 대해 병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1일 대전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5월5일 지병으로 숨진 유모씨(68·여) 장례가 대전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치러졌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과 딸이 있다.

장례 내내 빈소를 지켰던 유족은 그러나 발인 예정일인 7일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 유족들은 병원에 내야 할 입원비와 장례비 약 1500만원도 결제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보유하고 있던 연락처로 유족을 수소문했으나 이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병원 측은 시신을 안치실로 옮긴 뒤 사기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과 병원 측은 유족들이 부의금만 가지고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에 대해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출석을) 미루는 상태”라며 “조만간 기소중지(지명수배)를 통해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씨의 시신은 5개월 넘게 병원 안치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치비용까지 합하면 유씨 자녀가 병원에 내야 할 비용은 2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자녀의 행태에 대해 지역 의료계는 분노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어떻게 5개월 넘게 어머니를 차가운 안치실에 놓아둘 수 있느냐”며 “속사정이야 어찌 됐든 천륜을 저버린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