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3일 오후 2시

[마켓인사이트] "회사 지키자" 기습 유상증자…법원도 피씨디렉트 편에 섰다
스틸투자자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피씨디렉트의 ‘기습 유상증자’를 법원이 합법적이라고 인정했다. 회사를 뺏기지 않겠다며 자발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직원들의 의지와 경영진의 재량권을 존중한 것이다.

13일 금융감독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스틸투자자문이 피씨디렉트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소송이 기각됐다. 피씨디렉트는 스틸투자의 공격에 맞서 지난 7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70만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002년 코스닥 상장 후 처음 단행하는 유상증자였다. 또 이 중 20%(54만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하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스틸투자자문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상법과 대법원 판례 등은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우리사주조합을 동원해 신주배정을 강행하는 방식으로 다른 주주의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유상증자의 전후 과정을 볼 때 합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54만주 중 48만주가량이 청약된 것을 보면 대부분 직원이 신주 인수를 희망한 것”이라며 “또 최초 유상증자임을 볼 때 이번 유상증자로 우리사주조합의 실질적 출범이 이뤄지는 것이므로 이 같은 우선 배정은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정했다.

피씨디렉트 관계자는 “회사를 공격 세력에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돈이 모자라는 상황이 아님에도 경영권을 지키려는 꼼수”라는 스틸투자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씨디렉트는 주당 2570원으로 우리사주 및 구주주 청약을 받았고 실권주 51만주에 대해서는 지난 4일 일반공모를 실시해 총 69억원을 조달했다. 증자 후 서대식 피씨디렉트 대표와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25.93%다. 스틸투자자문은 9.25%, 스틸투자자문과 일임계약을 맺은 송현진 씨는 8.86%다.

증자 전 기준으로 볼 때 스틸투자자문과 송씨, 기타 의결권 공동보유자들의 지분율은 41%에 달했다. 증자 후에도 30% 후반대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들어갈 경우 서 대표 측이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스틸투자자문은 주총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감사 선임건의 통과(출석주주의 절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를 자신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