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작은 차이, 디테일의 미학
지난 5월 미국 포천지는 매출 기준 세계 500대 기업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세계 1위의 영예는 유통업 대표주자 월마트가 차지했다. 월마트는 올해뿐만 아니라 2010년과 2011년에도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월마트의 성공도 알고 보면 경영전략의 디테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월마트 설립 당시 다른 유통회사들은 매장을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에 설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맹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월마트는 5만명 이하 소도시에 점포를 여는 획기적인 전략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월마트는 물류창고와 매장의 거리를 최소화하고 매장 운영비용도 줄임으로써 판매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월마트는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소도시 상권을 장악해나갔고, 창업한 지 20년이 넘은 1980년 후반기에야 대도시로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의 혁신은 세세한 부분에서 시작되고 달성된다. 월마트의 사례는 시장참여자가 넘쳐나는 ‘레드오션’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만들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요즘은 작은 일도 빈틈없이 꼼꼼하게 하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우대한다. 꼼꼼함이 개인의 전문성을 키워주고 신뢰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류 복사를 잘해서 임원까지 승진한 여직원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어느 외국계 회사 대표가 여직원에게 서류 복사를 부탁했는데 그 여직원이 해오는 복사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궁금해서 알아보니 그 여직원은 매번 복사를 할 때마다 복사기 청소, 서류 배치, 심지어 스테이플러의 위치까지 신경썼다는 것이다. 이에 감동한 대표는 하찮은 업무인데도 그 정도의 정성과 책임을 다하는 직원이라면 무슨 일을 맡겨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여직원을 간부로 발탁하고 나중에 임원까지 승진시켰다는 것이다.

독일 태생으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추앙받는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고 했다. 특별한 가치는 디테일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요즘은 우리 기업들도 디테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디테일 혁신을 향한 기업들의 노력이 큰 결실을 맺어 어려운 경제에 활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규복 < 생명보험협회장 gbkim@kli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