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단속업무를 하던 중 추락사를 한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단속반원이 스트레스성 심장마비를 앓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문준섭 판사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입국사범 단속팀장으로 일하던 김모씨(57)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고 13일 발표했다. 문 판사는 “지속적인 과로나 스트레스는 심장정지의 원인이 된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출입국사범 단속팀장으로 일하던 2010년 10월 서울 가산동에 있는 한 의류업체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단속을 나갔다. 이날 단속을 피하려던 베트남인이 공장 2층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났고 김씨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해 11월 시민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반인권적 단속’을 주장하며 진정을 접수했고 출입국사무소에 항의하는 1인 시위, 추모집회 등이 열렸다.

이 사건으로 괴로워하던 김씨는 단속업무를 그만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듬해 1월 귀화실태조사 업무로 전보됐다. 이후 김씨는 하루 최소한 2시간 이상의 초과근로를 했다. 전보 3개월 뒤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김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정지’ 진단을 받았다.

문 판사는 김씨의 잦은 야근·당직·휴일근무를 심장정지의 원인으로 거론하는 한편 베트남인 추락사고가 김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점도 인정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