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3] "극한 상황에서의 창의적 리더십 교육에 주력…기업서도 러브콜"
“복잡하고 유동적인 환경에서 조직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중요합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는 미래의 장교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티머시 트레이노어 미 육군사관학교 학장(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군대 조직만큼 복잡하고 유동적인 환경에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곳은 없다”며 “미군이 맞닥뜨리는 전장(戰場) 환경은 점점 더 장교들의 창의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노어 학장은 “젊은 장교들은 비슷한 연배의 민간인이 거의 겪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직을 관리하게 된다”며 “웨스트포인트 출신이 군대는 물론 정계, 관계, 재계 등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노어 학장은 오는 11월5~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 참석해 7일 D1세션(웨스트포인트처럼 하라-세상을 리드하는 법을 배운다)에서 미 육사의 인재 양성 노하우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쟁 수행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미 육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미군은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하고 유동적인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됐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제한적인 정보만 갖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잦아진다는 얘기다. 장교가 뛰어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과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점점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가령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생도들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방식의 과정을 늘리고 있다.”

▷미 육사가 가장 중점을 두는 교육 목표는 뭔가.

“웨스트포인트는 생도들이 미 육군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지적, 군사적, 육체적, 윤리적인 부문에서 총체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한다. 웨스트포인트 학장이자 최고교육책임자(Chief Academic Officer)로서 핵심 목표는 생도들이 장교에게 적합한 지적 능력을 계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매우 유동적인 환경에 처하게 될 미래의 장교들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윤리적 사고 능력,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 등 각 분야에 걸친 전문적인 지식을 모두 갖춰야 한다. 다양한 교과 과정을 제공해 종합적이고 탄탄한 지적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미 육사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창의성 교육은 어떻게 하는가.

“생도들이 장교로 임관한 뒤 겪게 되는 작전환경은 늘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웨스트포인트의 교육은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미 육사 생도는 4학년이 되면 사관학교 밖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출해야 한다. 논문 형태일 수도 있고, 기기를 설계해서 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그들에게 주어진 문제가 미리 정해지지 않으며, 상당 부분은 외부 민간 조직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생도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를 위해 방학기간 단기 인턴으로 민간 분야 경험을 쌓는다. 미래에 조직을 이끌면서 부딪히게 될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대학보다 규칙이 엄격하고 학업량이 많은 환경이 창의력을 키우는 데 저해가 되지는 않나.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학업량이 많으면 학생들이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교육받은 내용을 되새겨 자신만의 것으로 축적하기 어렵긴 하다. 하지만 요구되는 학습량이 많기 때문에 생도들이 짧은 시간에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기도 하다. 생도들이 사고력과 판단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계속 바꾸고 있다.”

▷미군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장교들의 글로벌 역량 배양도 중요해 보인다.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교육한다. 지역 전문가 양성 과정도 있다. 모든 생도들은 외국어 하나를 택해 최소한 2학기 이상 관련 수업을 듣도록 의무화했다. 인문학 전공자의 경우 최소 3~4학기로 기간이 늘어난다. 전공하는 외국어와 관련한 지역사와 지리도 필수 이수 과목에 포함된다.”

▷군 조직을 이끌기 위해 갖춰야 하는 또 다른 능력은 무엇이 있나.

“조직 안팎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능력이다.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서로 신뢰해야만 성공을 일궈낼 수 있다. 군사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현지 민간인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미 육사가 다른 선진국 사관학교보다 민간 영역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입학하는 생도들이 자질이 뛰어난 데다, 교수진의 역량도 최고 수준이다. 교수들은 웨스트포인트 밖의 민간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인정받고 있다. 육사 출신이 대통령을 비롯해 대기업 최고경영자, 공공기관장을 역임해 성과를 내는 것도 미 육사가 인정받는 이유다.”

▷미 육사 출신은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훌륭한 장교는 민간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장교들은 젊었을 때부터 전투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 경험을 키운다. 민간 분야의 동년배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기 힘들다. 이런 리더십 경험은 민간 분야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약력

△1983년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 △2001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200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화유지군(SFOR) 작전참모 △2003년 미 육군사관학교 교수 △2006년 미 육군사관학교 시스템공학과 학과장 △2010년 미 육군사관학교 학장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