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약세다.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14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이후 점차 낙폭을 키우고 있다. 오전 9시 53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3만2000원(3.53%) 떨어진 8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3일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아모레퍼시픽 피해특약점협의회로부터 받은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는 2007년과 2009년 각각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하고 영업 포기를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음성파일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은 한 대리점주를 술자리로 불러 "그런 말 하지 말고. X팔린다. 야 이 XX야. 10년 동안 뭐한 거야? 나이 마흔 넘어서 이 XX야" 등의 폭언을 했다.

피해특약점협의회 측은 이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대리점을 내주기 위해 기존 대리점 소속의 방문 판매원을 빼가거나 기존 대리점을 폐점시킨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 폭언한 사실이 공개되고 여론의 비난을 받은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발생한 남양유업 사태와 닮았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이 '제2의 남양유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갑의 횡포' 파문에 휩싸인 후 황제주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9월 상승세를 타고 황제주로 등극한 남양유업은 폭언 내용이 공개된 후 연일 약세를 보인 바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장중 79만원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남양유업의 전철을 밟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는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오래 전에 부각됐던 이슈이기 때문에 남양유업 때와는 타격의 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의 약세는 남양유업처럼 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이미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하락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 추이는 '불매운동까지 가냐, 아니냐'에 달렸다"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