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제지사 페이퍼코리아…산업용 포장지로 '제 2의 청춘'
업력 69년으로 국내 제지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페이퍼코리아(사장 박건표·사진)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신문용지만 생산해오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제품포장지 등 산업용지와 필름,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다각화 추진

페이퍼코리아는 1944년 일본 왕자제지의 계열사인 북선제지 군산공장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대주주가 바뀌면서 고려제지, 세대제지, 세풍으로 이름이 변경된 뒤 2003년부터 지금의 회사 이름을 쓰고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02년 말 졸업하면서 컴퓨터 보안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버추얼텍(사장 서지현)에 인수됐다. 버추얼텍은 현재 30.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800억원인 페이퍼코리아는 최근 산업용지와 광고용 필름 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용지는 제품의 포장지 및 박스 등에 쓰이는 종이다. 페이퍼코리아는 2010년 3개의 신문용지 생산라인 중 2개를 산업용지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시멘트 포장지 등에 쓰이는 산업용지인 포대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15만t이었다.

'최고령' 제지사 페이퍼코리아…산업용 포장지로 '제 2의 청춘'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갤럭시S4’ ‘갤럭시노트3’의 박스 표면지와 그 안의 매뉴얼 전량을 자사 종이로 만들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현호 페이퍼코리아 생산기술개발팀장은 “폐지를 100% 재활용한 종이로 스마트폰 포장지를 만들었다”며 “재생용지 업그레이드 기술력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고급 포장재 시장에서도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자신했다.

“3년 내 산업용지 매출 50%”

페이퍼코리아가 신문용지에 편중돼 있던 제지사업을 산업용지 쪽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신문지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 페이퍼코리아는 군산공장에서 연간 21만t의 신문용지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신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다. 대한제지 보워터코리아 전주페이퍼 등이 경쟁사다.

문제는 국내 신문지 시장이 정점이었던 2007년(생산량 163만t, 내수비중 64%)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엔 신문지 생산량이 152만t으로 줄었다. 이 중 53%(81만t)만 국내에서 소비됐다. 이 같은 추세는 경기 부진과 국내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달로 ‘되돌리기 힘든 트렌드’가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페이퍼코리아는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박건표 사장은 “아직 산업용지 생산량이 신문용지(21만t)보다 적지만 시장 수요가 많고 수익성도 좋다”며 “향후 3년 내 매출 비중을 50%까지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이퍼코리아는 이에 앞서 2007년 광고용 필름 및 인화지 사업(자회사 나투라미디어)과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나투라파워)에도 회사 인수를 통해 진출했다. 박 사장은 “필름 생산과 발전산업은 본래 제지산업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분야”라며 “이들 연관 업종에서의 매출이 100억원 이하로 크지 않지만 수익 구조가 좋기 때문에 계속 투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고령' 제지사 페이퍼코리아…산업용 포장지로 '제 2의 청춘'

◆공장도 이전
페이퍼코리아는 군산시 조촌동에 있는 53만㎡(약 16만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인근 군장산업단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이전은 신사업 투자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공장 부지를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이용하려는 군산시 측의 요구로 2011년부터 공장 부지 매각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2016년까지 이전한다는 계획 아래 군산시 측과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군산시 측은 현재 준공업용지로 묶여 있는 부지를 매입해 7000여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