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여인 얼굴 습작’ (1910,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여인 얼굴 습작’ (1910,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 사회는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진입한다. 그러나 경제부문의 발전과 다르게 러시아 등 여러 나라는 여전히 폐쇄적인 전제군주제를 고수했고 다른 나라들 역시 정치적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어른의 신체에 아이의 머리를 한 기형아나 다름없었다.

이탈리아의 젊은 예술가들은 이런 낡은 사회구조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인 미술양식을 모색했다. 이들은 미래파를 결성하고 산업화시대의 미술은 역동적인 운동감을 표현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그 선두주자는 움베르토 보치오니(1882~1916)였다. 그는 역동적인 선을 사용해 빛이 퍼져 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대상의 움직임을 표현했는데 이 원칙을 도시의 풍경은 물론 인물화에까지 두루 적용했다.

‘여인 얼굴 습작’은 그 대표작 중 하나. 그는 아름답게 미소 짓고 있는 여인의 모습조차도 파동치는 선으로 묘사해 마치 잔잔한 미소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보치오니의 이런 시도는 많은 화가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차가운 기계시대에 온기를 불어넣었던 예술가였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미소.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