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종시에서의 국감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시에서 첫 국정감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밤, 세종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그 격한 아우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KTX 열차의 밝은 조명은 조용하게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공약은 나라를 위한 호의였다. 그러나 서울 기득권층에는 공격으로 보였다. 그들의 적의는 ‘관습헌법상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다’는 논리로 ‘수도이전은 위헌’이라는 결정까지 받아냈으나 결국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로 타협됐다. 세종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선물도 줬다.

정치를 하다 보면 내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있다. 2009년 필자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던 때이다. 이명박 정부는 1년에 최고 10조원이 드는 ‘취업후 등록금상환제’라는 대학생 학자금대출제도를 국회에 가져왔다. 계속 올라가는 등록금 제도는 그대로 둔 채, 빌린 후 나중에 취업하면 복리이자로 갚는 구조였다. 나는 등록금 인상 규제와 고율 복리이자를 바꾸지 않으면 통과시킬 수 없다고 버텼다. 새 학기가 다가오는데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일부 언론은 마치 필자가 대학생들의 새 학자금 대출제도를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비난했고, 우익단체들은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나의 호의가 그들에겐 적의로 보인 것 같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도 그렇다. 원래 남북정상 간의 대화를 기록해야 할 의무는 없다. 대화록을 남긴 대통령도 없다. 노 전 대통령은 후대 대통령이 하는 남북정상회담 등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호의에서 대화록을 작성하고 보관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공격당하는 빌미가 된 셈이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지금 이러한 발언조차 그만해야 할 NLL 논란을 더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호의가 적의로 비쳐지는 과정에는 계층 지역 세대 등 사안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는 많은 변수가 개입된다. 호의가 너무도 쉽사리 날 선 적의로 둔갑하는 사회는 그 갈등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치의 고유 기능은 이를 용해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어떠한가. 필자는 제안하고 싶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공감대를 넓혀 나갔으면 한다. 성장도, 복지도, 민주화도, 사람이 빠지면 모든 것이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이종걸 < 민주당 국회의원 anyang2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