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사지어서 말린 고추 50근과 10만원짜리 수표를 함께 보낸 시골 할머니,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보험금을 비롯한 1억원의 전 재산을 쾌척한 선교사, “북한에 사랑을 전하는 일에 얼마전 태어난 넷째아이도 동참시키려 한다”며 다자녀 지원금 전액을 기증한 시각장애인 목사, 평생 모은 패물을 싸들고 온 의사 부인….

오는 26일 헌당(준공) 감사예배가 열릴 서울 상수동 극동방송 신사옥은 이런 사람들의 정성으로 지어졌다. 1956년 공산권 선교의 기치를 내걸고 개국한 극동방송은 서울과 제주·부산·대구·광주 등 전국에 11개 지사를 두고 있다. 직원이 250명에 이르지만 방송은 광고 없이 오로지 교인과 청취자의 헌금으로 운영된다.

신사옥 건축도 마찬가지다. 민산웅 극동방송 사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극동방송 전국 지사는 사옥이 있지만 서울 본사는 변변한 사옥을 갖추지 못하다가 지난해 8월 신사옥 건축공사를 시작해 1년2개월 만에 새집을 다 지었다”며 “건축비와 방송장비 등 4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청취자와 신자 등 6만여명의 헌금으로 충당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자신을 북한 주민이라고 밝힌 한 청취자는 감사 편지와 함께 중국 돈으로 건축 성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기존의 낡은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사옥은 지상 7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9800㎡ 규모. 500석의 공개홀과 첨단 영상스튜디오, 방송선교역사관 등 최고 설비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극동방송은 이들의 정성을 기리기 위해 헌금자 전원의 이름을 새긴 벽돌로 벽돌공원을 만들었다.

극동방송은 신사옥 완공을 기념해 축하리셉션과 축하음악회(25일), 헌당 감사예배(26일), 극동아트홀 개관 음악회(28일)를 잇달아 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