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필수 씨(44)는 지난달 4000여만원어치의 보유 주식을 판 뒤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15일 매도금을 은행 계좌로 이체하려던 그는 약 4만원의 돈이 더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찾지 않은 예탁금에 ‘이자’가 붙은 것이다.

모든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에 사실상의 금리(이용료율)를 지급하고 있지만, 그 차이가 최대 10배까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겨 운용하는 방식은 똑같아도 저마다 비용 계산이나 마케팅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예탁금 운용 수익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증권사 예탁금 금리 최대 10배차
○여전히 10배 차이 나는 금리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금융소비자가 주식매수 또는 매도자금 3000만원을 주식 계좌에 넣어놨을 때 증권사에 따라 연 0.1~1%까지 다른 이용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곳은 HMC투자증권이다. 3000만원에 대해 연 0.1%만 지급한다. 교보증권(0.2%) 유진투자증권(0.2%) SK증권(0.25%) 동양증권(0.5%) 등도 ‘쥐꼬리’ 이용료율을 적용하는 곳으로 꼽혔다.

반면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나란히 연 1%의 최고 금리를 적용했다. 예탁금을 계좌에 넣어만 놔도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억원 미만이면 연 1%, 그 이상이면 1.5~2%의 이용료율을 주는 식으로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주식 계좌를 개설한 곳이 은행 지점이냐 자사 영업점이냐에 따라 차등 이용료율을 적용했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자사 영업점에서 계좌를 튼 고객에 대해 연 0.25~0.5%포인트 높은 이용료율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사 영업점을 이용한 고객에게는 은행권에 줘야 할 수수료 차액만큼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이용료율 더 높여라”

증권사들이 거액을 예치할수록 더 높은 이용료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차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천만원을 맡겨도 연 0.1%만 적용하는 HMC투자증권이 5억원 이상에 대해선 연 2%를 지급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소액에 대해 연 0.1~0.25%의 ‘짠’ 금리를 적용하는 SK증권 역시 10억원을 예치하는 고객에게는 연 2%를 지급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고객이 1억원 이하를 맡겼을 때 연 0.75%의 이용료율을 적용하지만, 10억원 이상일 땐 연 2%, 100억원 이상일 땐 업계 최고인 연 2.25%를 지급하고 있다.

당국은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예탁금 운용수익(연 2.5% 안팎)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예탁금 이용료율을 운용수익·비용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한다’는 내용의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이용료율을 몇 %로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제도개선을 통해 요율 인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