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동양사태?…한가한 금융위원장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금융감독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각계에서 쏟아지는 성토를 감수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불완전판매 신고 등 밀려드는 민원을 처리하고, 국정감사 요청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하고 감사원 감사에 대비까지 하자면 휴일이 없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막바지 코너’에 몰렸던 지난 추석 연휴에도 그랬다. 금감원의 동양그룹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모두 출근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금감원이 이렇게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반면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뭘 하고 있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이 째깍째깍 다가온다는 보고를 받고도 지난달 28일 호주와 홍콩 등으로 순방을 떠났다.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도 한참 뒤인 지난 4일에야 귀국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몇 개의 글을 올렸다. 9월24일, 자본시장연구원 창립 16주년 축하행사 참석. 9월26일, 은퇴전략포럼 참석. 동양그룹이 두산그룹에 동양파워를 매각하려고 마지막 몸부림을 쳤던 9월27일, 신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취임 후 반년이 다 됐군요. 내일부터 1주일간 호주와 인도네시아로 첫 해외출장을 갑니다. (중략) 잘 다녀오겠습니다^^”였다.

그는 해외에 다녀와서도 동양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발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요즘 금융위 사람들에 따르면 신 위원장의 최근 ‘최대 관심사’는 따로 있다.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약속한 ‘금융비전 10-10 밸류업’을 짜는 일이다. 금융의 부가가치를 10년 내에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이달 중 발표하려고 했다가 동양사태로 주목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다음달로 미뤘다는 후문이다.

장기적인 금융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금융감독 당국이 제대로 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렀겠느냐’며 당국의 책임을 묻는 상황에서 금융 수장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면 누가 납득할 것인가.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