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저성장의 기회손실'에 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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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서슬에 위축된 시장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에도 못미쳐
이젠 모두가 성장이란 수레 밀어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 위원 dkcho@mju.ac.kr >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에도 못미쳐
이젠 모두가 성장이란 수레 밀어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 위원 dkcho@mju.ac.kr >
![[다산칼럼] '저성장의 기회손실'에 눈 돌려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02.6937815.1.jpg)
옵션2를 선택한 논거는 ‘손실회피성향’이다. 현재의 높은 액수가 ‘준거’가 되면 다음 번 금액이 감소하는 만큼 손실로 인식된다. 실험에 따르면 1000원의 손실이 주는 불만족은 1000원의 이익이 주는 만족보다 2배 크다. 내 손에 굴러 들어오는 떡보다 내 손을 빠져나가는 떡이 2배 더 커 보인다.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회에는 사회적 손실을 줄일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지갑에서 1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그 돈은 ‘우리 돈’이 아닌 ‘남의 돈’이 된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그것이 선한 의도에서 나왔을 지라도 그 사회에는 비효율과 타성이 쌓인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최근 5년간 매년 2.3%포인트씩 빗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가 전년 말 내놓은 경제성장률 첫 전망치와 이듬해 실적치의 차이를 계산해서 얻은 결과다. 잠재성장률을 4%로 보면 우리 경제여력의 절반 이상을 사장시킨 셈이다. 변명도 가지가지다. 미국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성장률 급변동, 유가급등 같은 예측불가의 해외요인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는 방어논리가 될 수 없다. 2003년 이래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던 때는 2009년과 2010년 단 두 차례뿐이다. 대외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노무현 정부조차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3%로 세계 평균치 4.8%에 크게 못 미쳤다. 세계 평균 성장률을 못 좇아간 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저성장의 기회손실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2012년 명목국민소득 1276조원의 1%인 12조7000억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만큼 분배가능한 부가가치가 증발된 것이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근로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피용자보수율 45%(2012년 기준)를 적용하면 상실된 피용자보수는 5조7000억원이다. 연봉 4000만원을 기준으로 14만개의 일자리가 1년간 사라진 것이다.
지금의 저성장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다. 지금도 경제민주화는 모든 마차를 끌 수 있는 말(馬)로 여겨진다. 서슬 퍼렇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도 신고를 받은 결과 ‘신고자의 98.5%, 납부세액의 56.9%’가 중소·중견기업 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집단을 잡겠다고 한 것이 엉뚱한 중소·중견기업에 불똥이 튄 것이다.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대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1.5%인 154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정확한 것인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도 그렇게 밀어붙이더니 급기야는 정부세종청사까지 외국계 배식업체가 선정됐다.
경제민주화는 ‘국가 개입주의’에 기초하고 있지만 ‘이상적 질서’를 인위적으로 창출하기에 인간의 인지능력은 늘 제한돼 있다. 국가는 전지(全知)할 수 없기에 서로 대립되는 경제주체 간의 이해를 조정할 만한 ‘경제계산능력’이 없다. 국가가 ‘경제민주화’ 이름으로 특정 계층의 편의를 도모하면, 이는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들어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자학적 경제민주화에 함몰되면서 성장은 뒷전으로 밀렸다. 세수부족을 부자감세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세수부족은 ‘저성장의 기회손실’이다. 경제는 심리고 흐름이며 유인에 의해 움직이는 생물이다.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누구도 예외 없이 성장이라는 수레를 밀어야 한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 위원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