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LG·소니의 '동병상련'…스마트폰 마케팅, 삼성 벽 뚫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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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코치
타이레놀·펩시 '대안 제품' 콘셉트로 1등 넘보다
타이레놀·펩시 '대안 제품' 콘셉트로 1등 넘보다
삼성 갤럭시폰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1위를 질주하는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뛰어난 제품력, 제조능력과 함께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삼성 고유의 마케팅 능력과 이를 토대로 구축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대한 질시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리처드 유 회장은 지난 6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처럼 마케팅과 브랜드 제고에 엄청난 돈을 쓰면 모든 소비자는 그 제품이 실제로 얼마나 좋은지에 상관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헐뜯기도 했다. 이를 본 비즈니스위크는 유 회장에 대해 ‘거물을 공격해 관심을 받으려는, 한창 뜨는 래퍼(rapper) 같다’고 꼬집었다.
스마트폰 사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전자와 일본 소니는 지금 똑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이 구축한 공고한 브랜드 장벽의 귀퉁이라도 어떻게든 허물어야 하는 게 당면과제다. 그래야 메이저 플레이어로 올라서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의 ‘G2’, 소니의 ‘엑스페리아 Z1’은 나란히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시장 확대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회사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위한 자금력은 물론 노하우에서도 삼성에 비해 열세다. 당장 3분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을 낸 삼성전자의 물량 공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폰 마케팅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투입하는 글로벌 마케팅 비용이 130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마당이다.
여기다 2011년 이후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의 길을 걸으며 쌓은 풍부한 마케팅 노하우도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질주하고 있는 TV, 가전 등의 제품군과 스마트폰이 마케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에 비해 불리한 여건일 수밖에 없는 LG전자와 소니는 어떤 마케팅 전략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질주하는 삼성 스마트폰을 따라잡아야 할까.
시사포인트1 강력한 리더가 있을 때는 차라리 ‘대안 제품’으로 다가서라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너무나 많은 후발자들이 선도자를 모방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더 ‘좋아지려’하지 말고 ‘달라지려’ 노력해야 한다. 리더에 대적해 자신을 1위 제품의 대안으로 소비자 마음에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진통제시장에서 타이레놀은 소비자들에게 아스피린의 부작용인 ‘위장 출혈’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그렇게 대안 제품으로 전격 부상했다. 펩시는 ‘젊은 세대가 선택하는 콜라’ 콘셉트로 ‘원조’ 코카콜라에 대적했다.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분할되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델(Dell)은 최고의 PC 업체는 아니었지만 저가 시장이 열리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만약 스마트폰시장이 분할되면서 저가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시장이 생긴다면 후발기업에도 얼마든지 반격의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선두 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재원만 고려하면 후발 기업은 열세인 게 분명하다. 다만 선두 기업이 풍부한 재원에 의지해 기동성과 유연성이 떨어져 실수를 범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막강한 경쟁자와의 직접 경쟁은 피하면서 하나씩 틈새시장을 장악해가다가, 선두 업체가 결정적 실수를 범했을 때 치고 나가는 방법이다.(→후발 주자의 반격)
과거 GM이나 최근의 노키아는 재원이 부족해 추락한 게 아니다. 선두 기업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 영리한 경쟁자라면 후발 주자 입장에서 다양한 제휴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1위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지면 공급자인 부품업체나 구매자인 통신업체의 견제가 강화될 수 있다. 혹은 반독점 소송과 같은 정부 변수가 갑자기 불거질 수도 있다. 이들의 견제 심리와 협상력 이슈를 잘 고려한다면 후발 기업들은 이들과의 연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재원이 부족한 후발 업체들끼리 연합을 형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드물지만 항공기 제조업의 경우 막강한 경쟁자인 보잉에 맞서 다수 유럽 업체들이 연합해 에어버스를 만들어 대항한 것이 좋은 예다.
시사포인트2 단번에 뒤바꿀 수 없다면 조금씩 전진하며 기회를 기다려라
LG전자와 소니가 당면한 근원적인 문제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는 데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 때, 그리고 삼성전자가 애플에 맞서 갤럭시폰을 첫 출시했을 때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때 스마트폰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이 돼버렸다. 새로운 특징이나 성능만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와 차별화하기가 그만큼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거꾸로 보면 마케팅의 역할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지만 한순간에 시장을 뒤엎는 방식의 마케팅은 쉽지 않아졌다. 소니가 글로벌 시장 전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유럽과 일본 시장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LG전자와 소니는 틈새시장 개척에 만족할 수 있는 니치(niche)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 당장엔 비용이 들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더라도 글로벌 유통망을 하나씩 뚫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LG는 최신 G2 스마트폰을 세계 130여개 통신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지금은 비록 거래처 규모가 삼성의 절반 이하지만 다음엔 3분의 2로 늘릴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또 2위라는 지위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요즘처럼 기술과 환경 변화가 빠른 시대에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광고와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자금 흐름에 이상 신호가 켜지기도 한다. 한번 이상이 생기면 지금과는 다른, 엉뚱한 형태의 경영 활동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도 커진다. 삼성이 1위에 오른 데는 뼈를 깎는 혁신과 노력이 자리하고 있지만,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의 창의성이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반사 효과도 없지 않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뛰어난 제품력, 제조능력과 함께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삼성 고유의 마케팅 능력과 이를 토대로 구축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대한 질시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리처드 유 회장은 지난 6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처럼 마케팅과 브랜드 제고에 엄청난 돈을 쓰면 모든 소비자는 그 제품이 실제로 얼마나 좋은지에 상관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헐뜯기도 했다. 이를 본 비즈니스위크는 유 회장에 대해 ‘거물을 공격해 관심을 받으려는, 한창 뜨는 래퍼(rapper) 같다’고 꼬집었다.
스마트폰 사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전자와 일본 소니는 지금 똑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이 구축한 공고한 브랜드 장벽의 귀퉁이라도 어떻게든 허물어야 하는 게 당면과제다. 그래야 메이저 플레이어로 올라서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의 ‘G2’, 소니의 ‘엑스페리아 Z1’은 나란히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시장 확대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회사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위한 자금력은 물론 노하우에서도 삼성에 비해 열세다. 당장 3분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을 낸 삼성전자의 물량 공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폰 마케팅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투입하는 글로벌 마케팅 비용이 130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마당이다.
여기다 2011년 이후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의 길을 걸으며 쌓은 풍부한 마케팅 노하우도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질주하고 있는 TV, 가전 등의 제품군과 스마트폰이 마케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에 비해 불리한 여건일 수밖에 없는 LG전자와 소니는 어떤 마케팅 전략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질주하는 삼성 스마트폰을 따라잡아야 할까.
시사포인트1 강력한 리더가 있을 때는 차라리 ‘대안 제품’으로 다가서라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너무나 많은 후발자들이 선도자를 모방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더 ‘좋아지려’하지 말고 ‘달라지려’ 노력해야 한다. 리더에 대적해 자신을 1위 제품의 대안으로 소비자 마음에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진통제시장에서 타이레놀은 소비자들에게 아스피린의 부작용인 ‘위장 출혈’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그렇게 대안 제품으로 전격 부상했다. 펩시는 ‘젊은 세대가 선택하는 콜라’ 콘셉트로 ‘원조’ 코카콜라에 대적했다.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분할되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델(Dell)은 최고의 PC 업체는 아니었지만 저가 시장이 열리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만약 스마트폰시장이 분할되면서 저가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시장이 생긴다면 후발기업에도 얼마든지 반격의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선두 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재원만 고려하면 후발 기업은 열세인 게 분명하다. 다만 선두 기업이 풍부한 재원에 의지해 기동성과 유연성이 떨어져 실수를 범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막강한 경쟁자와의 직접 경쟁은 피하면서 하나씩 틈새시장을 장악해가다가, 선두 업체가 결정적 실수를 범했을 때 치고 나가는 방법이다.(→후발 주자의 반격)
과거 GM이나 최근의 노키아는 재원이 부족해 추락한 게 아니다. 선두 기업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 영리한 경쟁자라면 후발 주자 입장에서 다양한 제휴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1위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지면 공급자인 부품업체나 구매자인 통신업체의 견제가 강화될 수 있다. 혹은 반독점 소송과 같은 정부 변수가 갑자기 불거질 수도 있다. 이들의 견제 심리와 협상력 이슈를 잘 고려한다면 후발 기업들은 이들과의 연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재원이 부족한 후발 업체들끼리 연합을 형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드물지만 항공기 제조업의 경우 막강한 경쟁자인 보잉에 맞서 다수 유럽 업체들이 연합해 에어버스를 만들어 대항한 것이 좋은 예다.
시사포인트2 단번에 뒤바꿀 수 없다면 조금씩 전진하며 기회를 기다려라
LG전자와 소니가 당면한 근원적인 문제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는 데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 때, 그리고 삼성전자가 애플에 맞서 갤럭시폰을 첫 출시했을 때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때 스마트폰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이 돼버렸다. 새로운 특징이나 성능만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와 차별화하기가 그만큼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거꾸로 보면 마케팅의 역할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지만 한순간에 시장을 뒤엎는 방식의 마케팅은 쉽지 않아졌다. 소니가 글로벌 시장 전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유럽과 일본 시장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LG전자와 소니는 틈새시장 개척에 만족할 수 있는 니치(niche)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 당장엔 비용이 들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더라도 글로벌 유통망을 하나씩 뚫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LG는 최신 G2 스마트폰을 세계 130여개 통신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지금은 비록 거래처 규모가 삼성의 절반 이하지만 다음엔 3분의 2로 늘릴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또 2위라는 지위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요즘처럼 기술과 환경 변화가 빠른 시대에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광고와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자금 흐름에 이상 신호가 켜지기도 한다. 한번 이상이 생기면 지금과는 다른, 엉뚱한 형태의 경영 활동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도 커진다. 삼성이 1위에 오른 데는 뼈를 깎는 혁신과 노력이 자리하고 있지만,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의 창의성이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반사 효과도 없지 않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