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벨상 실러 교수 "한국, 금융자산으로 투자 다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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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단독 인터뷰
"10년전 같은 집값 상승 안온다
미국엔 협력의 문화 있다…디폴트 일어나지 않을 것"
"10년전 같은 집값 상승 안온다
미국엔 협력의 문화 있다…디폴트 일어나지 않을 것"
“2000년 이후 수년간 세계 모든 사람이 주택시장에 대해 투기 성향을 보였다. 반면 (정점인 2006년에 비해 여전히 주택가격이 낮은) 지금은 모두들 주택시장 거품을 걱정하고 있다.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문화적, 사회심리학적 변화다. 주택시장은 앞으로 수년간 큰 폭의 변동성을 경험할 것이다.”
자산가격 전망의 대가이자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의 현 주택시장 진단이다.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핸슨 교수와 함께 14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실러 교수는 이날 예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주택 수요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집값이 2006년 정점 수준을 회복하는 시기를 2030~2040년 이후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러 교수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정치, 사회, 심리 등 다양한 비이성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해온 행동경제학의 대부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그가 쓴 저서 ‘비이성적 과열’은 출간 한 달 만에 나스닥지수가 30%나 폭락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실러 교수가 공동 개발한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바닥을 찍은 지난해 3월에 비해 약 18% 오른 상태다. 하지만 그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같은 전문 투자기관이 개입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상승세가 8년 전과 같은 성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8년 전인 2005년 그는 미국 전역에서 일었던 부동산 투기 열풍을 “비이성적 과열”이라 부르며 거품 붕괴를 경고했다.
그는 한국 주택시장에 대해 “집값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인위적인 부양책을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10여년 전 한국의 1년간 집값 상승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보다 크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또다시 당시와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보다 (금융자산 등으로)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실러 교수는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실러 주가수익비율(경기순환 요소를 제외한 주가수익비율)’이 현재 24배로 ‘비이성적 과열’을 썼던 2000년 46배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과열을 경고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주가가 부풀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러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고도 자산가격 거품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언제든 다시 거품이 낄 수 있다는 것. 그는 “금융시스템은 지난 100년간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진화해왔다”며 “1907년 금융 공황의 결과로 Fed가 생겨났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29년 주가 폭락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의 결과로 금융소비자청이 새로 만들어졌고 도드-프랭크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과도한 차입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교착 상태에 실러 교수는 “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는 여전히 협력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에 디폴트가 발생한다고 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2011년에도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있었고, 그 결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S&P500 지수가 하루 만에 7%나 하락했다”며 “이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주가는 곧 정상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실러 교수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Fed 부의장에게 해줄 정책 조언을 묻는 질문에 “모든 사람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실업률 7%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고통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출구전략은 피해야 한다”는 것. 그는 “반대로 과도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며 이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경제 주체를 위해 통화정책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실러 교수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해온 금융경제학에 대해 “현재 금융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소득 불균형”이라며 “이 문제도 금융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헤이븐(코네티컷)=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자산가격 전망의 대가이자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의 현 주택시장 진단이다.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핸슨 교수와 함께 14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실러 교수는 이날 예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주택 수요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집값이 2006년 정점 수준을 회복하는 시기를 2030~2040년 이후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러 교수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정치, 사회, 심리 등 다양한 비이성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해온 행동경제학의 대부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그가 쓴 저서 ‘비이성적 과열’은 출간 한 달 만에 나스닥지수가 30%나 폭락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실러 교수가 공동 개발한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바닥을 찍은 지난해 3월에 비해 약 18% 오른 상태다. 하지만 그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같은 전문 투자기관이 개입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상승세가 8년 전과 같은 성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8년 전인 2005년 그는 미국 전역에서 일었던 부동산 투기 열풍을 “비이성적 과열”이라 부르며 거품 붕괴를 경고했다.
그는 한국 주택시장에 대해 “집값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인위적인 부양책을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10여년 전 한국의 1년간 집값 상승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보다 크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또다시 당시와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보다 (금융자산 등으로)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실러 교수는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실러 주가수익비율(경기순환 요소를 제외한 주가수익비율)’이 현재 24배로 ‘비이성적 과열’을 썼던 2000년 46배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과열을 경고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주가가 부풀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러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고도 자산가격 거품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언제든 다시 거품이 낄 수 있다는 것. 그는 “금융시스템은 지난 100년간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진화해왔다”며 “1907년 금융 공황의 결과로 Fed가 생겨났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29년 주가 폭락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의 결과로 금융소비자청이 새로 만들어졌고 도드-프랭크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과도한 차입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교착 상태에 실러 교수는 “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는 여전히 협력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에 디폴트가 발생한다고 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2011년에도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있었고, 그 결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S&P500 지수가 하루 만에 7%나 하락했다”며 “이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주가는 곧 정상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실러 교수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Fed 부의장에게 해줄 정책 조언을 묻는 질문에 “모든 사람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실업률 7%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고통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출구전략은 피해야 한다”는 것. 그는 “반대로 과도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며 이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경제 주체를 위해 통화정책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실러 교수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해온 금융경제학에 대해 “현재 금융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소득 불균형”이라며 “이 문제도 금융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헤이븐(코네티컷)=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