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가스공사 코레일 서울메트로 등 전국 65개 공공기관이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을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엊그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기업, 지방공기업 등 전체 432개 공공기관의 15%에 해당한다. 특히 한전KPS, 전력거래소 등 11곳은 회사 인사규정에 직원 사망시 자녀 특채를 명시해 경영진 모럴해저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부터 이런 식이니, 사상 최악의 입사전쟁을 벌이는 취업준비생들로선 분노를 넘어 허탈할 따름이다.

물론 업무상 재해 등으로 직원이 사망한 경우라면 유가족에 혜택을 주는 것까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금전적 보상은 몰라도 대를 이어 채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개인 사유로 사망하거나 정년퇴직한 경우에도 고용을 세습한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해당 기관 노조들은 고용세습이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5개 공공기관에서 22명이 고용세습으로 채용된 것을 보면 변명도 안 된다. 특히 코레일은 2010년 단협에서 고용세습을 폐지했지만 그 이전 입사자들에겐 그대로 세습을 인정해 13명을 정규직으로 특채했다. 가뜩이나 임금·복지, 근로조건, 고용안정성이 우수한 공공기관들이 일자리 대물림까지 보장하니 ‘신이 내린 직장’이란 비유도 모자라, ‘신이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고나 불러야 할 판이다.

공공기관의 모럴해저드가 이 지경까지 추락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역대 정권마다 정치백수나 전관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면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다 서로 적당히 타협해온 부적절한 관행이 빚은 결과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노조가 있는 대기업 중에도 일자리 대물림 단협 조항을 둔 곳이 적지 않다. 현대차의 경우 정규직 채용시 1차 합격자의 25%를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에게 할당하고 면접 때 가산점까지 줄 정도다. 강성 노조가 있는 곳마다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낸다. 철밥통이 두꺼워질수록 줄도 ‘빽’도 없는 젊은이들 눈에선 피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