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인도 경제는 조금씩 활력을 잃게 됐다. 미국과 서유럽 침체 여파가 인도의 수출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차질을 가져왔다. 중산층 확대가 주춤해지고 내수도 덩달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소비가 주춤해지다 보니 내구재 생산에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재 생산은 2012년부터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더니 2013년 2분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소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저변이 탄탄하면 경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인도의 현 상황은 취약한 중산층의 모습을 반영한다. ‘전체 12억7000만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중산층은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나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인도 중산층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2010년 도이체방크 보고서에서는 인도 중산층이 적게는 3000만명, 많게는 3억명까지 추정될 정도로 오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위원회(NCAER)에 따르면 1억5300만명이 중산층에 속하고 이 가운데 60%가 도시에 거주한다. 인구 대비 중산층 비율도 2001년 5.7%에서 2010년에는 12.8%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연구기관인
로벌개발센터(CGD)는 소득구간을 달리해보면 중산층은 9114만명이고 국가샘플서베이(NSS) 자료를 통해 추정하면 7000만명이라고 추정, 어느 경우라도 1억명 미만이라고 했다. 세계은행은 2005년 기준으로 2억6400만명이 인도 중산층에 해당된다고 추산했다.
그렇지만 인도 중산층 규모 산정의 주요 근거인 소득구간을 들여다 보면 그 빈약한 수준에 다소 놀라게 된다. 앞서 소개한 NCAER 연구에서는 1인당 1일 기준 소득이 10~50달러(구매력평가환율 기준) 구간의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인도 5인 가족의 현재 연소득으로 환산해 35만~176만루피(약 600만~3000만원)에 불과하다. 앞 구간에 속한 중산층은 자동차, TV 등 내구소비재를 구입하기에는 좀 버거운 형편이다.
다른 신흥 개도국에 비해 인도는 앞 구간의 중산층이 많은 데다 하위 계층(빈곤층 포함)이 너무 비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세계 빈곤층의 3분의 1이 인도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9월 의회를 통과한 식량안보법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 국민이 무려 8억명, 총인구의 3분의 2에 달한다. 연간 200억달러의 재정이 추가 투입된다.
중산층이 커지면 새로운 소비패턴이 형성되고 시장이 커지는 한편 정치·경제 제도의 건전성과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는 순기능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중산층을 늘리기 위해 인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공교육과 고등교육 확대, 기술인력 양성, 그리고 양질의 고용창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빈곤 탈피와 중산층 육성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이 둘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목표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 경제가 다시 한 번 고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