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브라질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브라질요? 리스크가 커 사업할 곳 못돼요.”

최근 브라질을 방문한 기자가 한 대기업 현지법인 관계자에게 “왜 브라질의 자원, 농업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없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브라질 연안 암염하층(바다 밑 2000~3000m 암염·사암층)에선 100억배럴 이상의 원유가 개발될 예정이고, 농업은 2050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있을 정도로 유망하다. 하지만 이 분야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거의 없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워낙 부패하고 관료주의가 심해 언제 투자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도로 인프라도 엉망이어서 제품을 생산해도 실어 나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실제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 브라질 투자는 올 상반기 3억7000만달러로, 필리핀(3억9700만달러), 베트남(4억3000만달러)보다 적다. 삼성, LG 등 내수시장을 노리는 대기업들만 진출해 있을 뿐 중소기업은 찾기 힘들다.

브라질 현지기업인 유니코바의 박영무 회장은 “그럼 브라질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외국 기업들은 바보냐”고 되물었다. 그는 1970년대 이민온 뒤 유니코바를 세워 현재 브라질 100대 기업으로 키운 주인공이다. 박 회장은 “부패한 정부, 관료주의, 열악한 인프라는 경쟁업체들과 같은 조건인데 어떻게 그게 사업하기 힘든 이유가 되느냐”며 “사회가 워낙 비효율적인 만큼 조금만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오히려 성공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브라질은 초기 적응과정만 거치면 돈 벌기 쉬운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한인 기업인인 최태훈 THC 회장은 “브라질엔 정부의 수입 규제 때문에 공급자 중심 시장이 형성돼 있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낮다”며 “조금만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만 제공해도 고객이 몰린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도 처음 4~5년만 인내하면 이후에는 한국보다 훨씬 사업하기 쉽다고도 했다.

말 그대로 자원과 내수 시장을 동시에 갖춘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 돈을 벌지 않으면 어디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극에서 냉장고를 판다’던 기업의 도전정신이 귓가에 맴돌았다.

남윤선 국제부/상파울루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