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부르는 고배당株
올 상반기 투자 대안으로 고배당주를 산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주가가 떨어진 뒤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종목이 여러 개 생겼기 때문이다. 고배당주가 급상승한 3월 이후 막차를 탄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받아도 원금 회복까지 몇 년이 걸릴 것 같아 시름에 빠졌다. 이들 종목은 2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규제에 10% 빠진 맥쿼리

대표적 폐쇄형 공모펀드인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 말 6840원에서 올해 5월 말 7580원까지 올랐다가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배당을 고려한 수정주가 기준 5월 말 이후 주가 하락률은 10.37%에 달한다. 이 때문에 배당수익률은 16일 현재 연 6.53%까지 높아졌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손을 대지 않는 이유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지분 24.53%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맥쿼리인프라 보유 시설을 지분 매각 형태로 정리하게끔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규제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맵스리얼티도 5월28일 이후 8.82% 하락했다. 맵스리얼티는 지난해 말 3110원에서 올 5월 말 4080원까지 상승했다. 전체 자산의 14%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브라질 오피스 빌딩에 대한 환손실 우려가 커진 데다 경기 판교에 짓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 등 신규 사업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으로 최저 4.29%까지 하락했던 배당수익률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도 많다.

○실적 악화로 주가 급락

실적이 악화되면서 배당성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종목들도 어김없이 주가가 하락했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말 이후 주가가 50.9% 상승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19.84% 급락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4억48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등기이사인 이무진 회장과 노미정 부회장에게 급여로 17억900만원을 지급하면서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졌다.

산업용 공해방지 설비업체인 KC코트렐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최고가 대비 22.34% 빠졌다. 이 종목은 성장성과 높은 배당성향을 겸비한 업체로 상반기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 할부금융업체 아주캐피탈도 5%가 넘는 배당수익률로 인기를 끌었지만 동종 업계의 경쟁 격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최고가 대비 13.47% 빠졌다. 이 밖에도 전파기지국, 케이씨티, 한화타임월드 등 내수 업종의 고배당주들도 실적 악화 탓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업체로 꼽힌다.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 시기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5월 말이라는 점도 같다. 금리 상승 예상에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펀더멘털이 취약한 업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들이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상황”이라며 “배당성향만 보지 말고 향후 기업 실적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