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녀 의사·약사로 키운 '농부 작가', 인세 2천만원 장애아 기부
“시골 할배(할아버지)가 뭐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10년 동안 틈틈히 써온 글을 묶어 책을 내고 큰돈을 받았는데 마침 아픈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짓는다고 하길래 좋은 일에 쓰라고 했죠.”

최근 아동 교육 서적인 ‘가슴높이로 공을 던져라’를 펴낸 ‘농부 작가’ 황보태조 씨(67·사진)는 17일 장애인 재활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을 찾아 “장애 어린이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며 책을 출판하고 받은 인세 2000만원 전액을 기부했다. 그는 “1억원이 됐건 10억원이 됐건 책을 팔아 번 돈은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 3300㎡ 규모의 토마토 농사를 짓는 황보씨는 사교육 도움 없이 시골 마을에서 1남4녀를 모두 의사와 약사로 키워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두 번이나 중퇴했던 황보씨는 “나는 왜 공부를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평생 하면서 자식들에게는 쉽고 재밌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황보씨는 자녀들에게 직접 한문을 가르칠 때면 100점을 받아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시험문제를 쉽게 내고 인형놀이와 편지놀이를 통해 저절로 한글을 익힐 수 있게 하는 등 자신만의 교육법으로 자식들을 가르쳤다. 2000년 출판돼 교육 부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꿩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엔 황보씨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서울 구기동의 아들 집을 오가며 우연히 푸르메재단을 알게 됐고 재단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주저없이 인세를 내놨다. 황보씨도 살림살이가 넉넉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에야 40년 만기 농가부채를 갚았다. 그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오는 11월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완공되는 어린이재활병원은 지상 3층, 병상 100개 규모로 지어진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