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속 가족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기존 드라마들이 가족의 유대감과 정을 강조하는 형태였다면, 최근 드라마는 보다 다양한 현실적인 모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현재 시청률 30%를 넘으며 인기몰이 중인 KBS2 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사진)의 경우,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이들), 처월드(괴로운 처가살이를 뜻하는 신조어) 등 우리 가족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그려내고 있다. MBC TV ‘사랑해서 남주나’는 황혼로맨스, KBS1 TV ‘지성이면 감천’은 입양을 주제로 오늘을 사는 가족을 이야기한다.

한국 드라마는 비단 전형적인 가족극인 주말극이나 일일극뿐 아니라 메디컬, 사극, 스릴러, 로맨스 등 장르물에서도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지속적으로 무게감 있게 등장한다. 주요인물이 모두 가족관계로 얽힌 MBC ‘메디컬탑팀’, KBS2 ’미래의 선택‘을 비롯해 한국 멜로드라마들은 대부분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갈등을 주요 에피소드로 등장시킨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가족을 이야기할 때 현실을 반영한 변주가 없다면 식상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재벌가와의 결혼, 배우자의 외도, 시월드(시집살이를 뜻하는 신조어) 등 기존 가족극에서 두루 다뤄진 에피소드를 모두 뒤섞어놓은 SBS ‘결혼의 여신’이 그런 예다. 불륜 등 가족 간 갈등의 수위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그린 드라마들 역시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외면받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에서 가족이 필수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효(孝)와 가족 간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유교사회로서의 오랜 특징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이런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 곧 한류의 원동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 속 가족은 대체로 대가족 형태로 등장하며, 대부분 가족 간 유대감을 강조하는 형태로 따뜻하게 그려진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는 기본적이면서 보편적인 정서”라며 “따라서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지켜보는 가족 간의 따스한 정에 힐링(치유)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