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3연속 '어닝쇼크'…무리한 저가수주 부메랑
“수년간 외형이 급격히 성장한 데 비해 공사관리 등 사업수행 역량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 어닝 쇼크의 가장 큰 원인이다.”

18일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실적 자료를 내면서 이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수주 확대 등 성장 위주의 경영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고 자인한 셈이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 1조9445억원에 영업손실 746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 비해 매출이 32.1% 줄면서 적자전환했다. 순손실은 5251억원에 달했다. 실적 쇼크였던 1분기 2198억원, 2분기 887억원 적자에 비해 영업손실 규모가 훨씬 컸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1조553억원에 달한다.

3분기 영업손실 내역을 들여다보면 실적 악화가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원가율 등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고 공격적인 수주에 나선 탓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아랍에미리트(UAE) CBDC(카본블랙 앤 딜레이드 코커) 정유 프로젝트에서 3분기 2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월 이 프로젝트를 25억달러에 수주했다.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 무리한 ‘대안 설계’를 적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안 설계는 새로운 공법을 적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또 공사 수행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가격이 싼 협력업체를 구해 수주 단가를 낮췄다. 그러나 발주처가 대안 설계로 제시한 방안과 일부 협력업체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지난 8월 말 설계를 수정하고 보니 비용이 2000억원가량 늘어났다.

2011년 3월 28억달러에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전에서도 2000억원이 더 들어갔다. 막상 공사를 시작해보니 워낙 오지여서 공사 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인건비가 비싼 인력들을 외부에서 뽑아와야 했다.

또 현지 협력업체들의 생산성이 떨어져 공기가 지연되는 것도 문제였다. 주·야간 작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협력업체가 갑자기 일을 못 하겠다며 작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과 주베일 정유, 미국 휴스턴 다우케미컬 화공플랜트 등 마무리 단계인 프로젝트에서 공기가 지연돼 3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특히 4억달러짜리 다우케미컬 화공플랜트는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하는 프로젝트였지만 대규모 손실만 안겼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미국은 중동과 여러가지 기준이 달라 애를 먹었다”며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전임 최고경영자(CEO)들이 공격적인 외형 키우기에 나선 것이 부실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03년 1조원대였던 매출을 지난해 11조원대로 늘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부실 프로젝트와 원인까지 상세히 밝힌 ‘고해성사’와 같은 이번 실적 발표도 과거 경영방식과 선을 그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중흠 현 사장은 안전 사고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박기석 전 사장의 후임으로 지난 9월 선임됐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이날 실적 쇼크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4.03% 올랐다. 장초반 10% 가까이 폭락했지만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향후 실적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은성민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숨은 부실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고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NICE신용평가는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서욱진/송형석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