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의 작심 비판] "경제활성화 법안 102개 국회에 묶어놓고…정말 답답하다"
“국회에 묶여 있는 법안만 102개다. 국회 핑계 대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법이 안 되면 집행이 안 된다. 투자가 안 되는데 어떻게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냐”며 국회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성장, 입법과 연계돼 있어

현 부총리는 이날 국회를 향한 원망과 안타까움, 경제수장으로서의 무력감을 동시에 토로했다. 그는 우선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상당부분 국회 입법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가 안 될 것으로 예상하고 성장률을 예측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우회적으로 국회의 분발을 촉구했다.

현 부총리는 취임 후 5월과 7월, 9월 등 세 번에 걸쳐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투자 대기 중인 프로젝트의 애로를 풀고 규제 개선을 통해 경기회복을 이끌어 내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이 필요해 정부가 넘긴 법안 대부분이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채 수개월째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부총리는 “국회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안 처리가) 안 돼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회 통과가 시급한 법안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예로 들었다. 이 법안이 통과돼야 GS칼텍스 등 국내외 정유사들이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4·1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도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에 기본세율(6~38%)로 과세하도록 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부동산시장은 인테리어 등 연관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며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다른 경제 관련 대책보다) 경기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화, 목적이 아닌 수단

현 부총리는 이날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중 된 것이 별로 없다. 다 잃어버리고 나면 뭘 하느냐”며 국회의 즉각적인 입법적 뒷받침을 촉구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재정건전성 악화 논란에 대해서도 “재정건전화도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지 않느냐”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재정 투입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또 “된 것이 없지만 돼서는 안 될 것도 많이 걸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법안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각종 경제민주화 및 환경 관련 법안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부총리의 이날 작심 발언에는 내년 예산·세제안의 국회 통과 등을 앞두고 더는 국회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돼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정부 책임으로 돌아오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제를 살려야 하는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국회의 성의 있는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국민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