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인 ‘파이시티’부지 공매가 무산됐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이 우리은행·하나UBS자산운용 등 대주단으로부터 공매 진행 의뢰를 받아 실시한 부지 입찰에서 응찰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궁화신탁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모두 9차례 부지 공매를 진행했다. 1조383억원에서 시작된 매각가격은 거듭된 유찰로 4525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8월 STS개발이 (주)파이시티와 인수합병(M&A)하기로 계약한 4000억원보다 10%가량 많은 수준이다.

대주단은 오는 23일께 전체회의를 열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주단은 최근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와 매각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대주단은 4500억원 이상에 사업부지를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주단은 공매와 별도로 진행 중인 STS개발과의 M&A 절차에서, 이 회사가 부지 인수대금 40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주단은 매각가격을 두고 STS개발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부지 공매를 진행했다.

파이시티는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3조4000억원짜리 대규모 사업이다. 2004년 추진됐지만 인허가가 지연되며 자금난을 겪다 2011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부지를 공매하고 파이시티를 청산한다는 계획이 틀어진 대주단은 진퇴양난의 처지다. STS개발의 파이시티 인수를 허용하고 4000억원에 이를 매각하면 대주단의 금융상품에 가입한 일반인들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주단과의 협의가 어려워지면 STS개발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난관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TS개발이 기존 대주단에 참여한 우리은행과 농협 등 많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새로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