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 좋은 것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것은 약도 소용없다”고 했다. 동양의학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해서 음식이 곧 약이라고 했다. 나 역시 음식만 잘 먹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밥상에 올라가는 재료로 제품을 만들거나 좋은 효능이 밝혀진 식물이나 성분을 연구해 제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간이다. 내 몸이 피로하다? 열이면 여덟 이상은 간 때문이다. 인체가 천 냥이면 간은 구백 냥. 실제 단일 장기로도 가장 큰 장기이지만, 그만큼 간이 내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쾰른을 방문했다. 국가마다 내로라하는 식품이 출품됐다. 오랜 시간 둘러보면서 간에 좋은 것을 물어봤다. 그리고 쾰른 시내의 약국과 대형마트에서도 간에 좋은 것을 소개받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실리마린’을 주원료로 한 것을 추천받았다. 이 실리마린은 독소가 간세포 벽에 붙는 것과 간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 준다. 그래서 독일 의사들도 간 질환에 실리마린을 가장 많이 처방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실리마린이 우리가 매우 잘 아는 엉겅퀴에서 추출한다는 것이다.

식품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엉겅퀴가 간에 좋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독일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자라는 엉겅퀴는 정말 대단했다. 독일에서 자라는 엉겅퀴보다 한국 엉겅퀴에 실리마린 성분이 약 100배 가까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것. 사실확인을 해봐야 하지만 엉겅퀴를 연구하는 독일 학자는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라고 치켜세우며 한국 엉겅퀴의 우수성을 칭찬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 좋은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다. 덴마크가 침략했을 때 엉겅퀴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주민들이 침략사실을 알고 피신을 했단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사람에게는 생명을 지켜준 꽃으로 불린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뽑아내야 하는 잡초가 되기도 하고 생명을 살리는 약초가 되기도 한다. 엉겅퀴는 사방에 널린 우악스럽게 생긴 잡초가 아니라 한국을 축복받은 국가로 만들어준 고마운 약초다. 다시 ‘이 좋은 우리 엉겅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겠다.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