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탁 사장 "명언 찾기위해 10년간 책 2500권 이상 읽어"
“의약품이란 환자를 위한 것이지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윤이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 한 이윤은 저절로 나타나기 마련이다.”(조지 윌리엄 머크 머크사 회장)

2003년 10월, 한 젊은 경영인이 짧은 경영에세이를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했다. 메일 이름은 ‘행복한 경영이야기(행경)’. 메일에는 세계 최고의 석학, 유명 경영인, 사상가, 정치인의 명언과 함께 그의 짧은 해석이 담겨 있었다. 처음엔 수십명만 받아보던 행경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86만명이 보고 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전달된 행경이 23일로 10주년을 맞는다. 메일을 보내는 주인공은 조영탁 휴넷 사장(49·사진)이다. 그는 “그간의 명언들을 모으고 구성해 책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탈무드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온라인 경영교육 콘텐츠 제공업체인 휴넷을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0년 동안 금호그룹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직장생활 중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땄다. 외환위기 직후 회사를 나온 그는 닷컴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 휴넷을 설립했다. 직원 서너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5억원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3~4년 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행복경영’이란 키워드로 의미있는 명언을 모으기 시작했다. 경영 관련 명언에서 점차 리더십, 자기계발, 인문학 등으로 소재를 넓혔다. “좋은 명언을 찾기 위해 1년에 300권씩 10년 동안 2500여권의 책을 읽었어요. 좋은 글귀나 문구를 메모해둔 종이만 1주일에 400페이지가 넘어요. 이 메모를 걸러내 메일 전송용으로 정리한 뒤 아침마다 하나씩 발송합니다.”

그의 메일로 크고 작은 변화도 있었다. 2004년부터 메일을 받아보고 있는 강영중 대교 회장은 메일 발송자가 조 사장임을 안 뒤 휴넷과 제휴사업을 진행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행경을 임직원 1만명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메일을 삶의 지표로 삼아 회사를 500억원 규모로 키워낼 수 있었다’는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한 출판사에선 매주 5~10권씩 새 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조 사장은 “많은 이들의 학력(學歷)보다 공부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의미하는 학력(學力)을 높이기 위해 자리이타(자신과 남에게 모두 이로운 일)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다”며 “1000년 유대인의 지혜가 모인 ‘탈무드’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