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우바이오는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농업인과 증권업계에선 꽤 유명한 중견기업이다. 고추, 수박, 멜론 등 갖가지 농작물 종자를 개발, 생산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농우바이오의 최대주주인 고희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월 지병으로 별세한 뒤 아들 고준호 전략기획실 팀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했다. 고인의 보유 지분 45.4%도 고 팀장에게 넘어갔다.

31세의 젊은 후계자는 회사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10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물게 됐다. 가업승계 시 최대 3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고 팀장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농우바이오는 영농법인으로 분류돼 영농상속공제 5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를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 팀장은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물려받은 일부 지분을 유동화해 상속세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녹록지 않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믿을 만한 기관에 지분을 매각한 뒤 되찾아오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관들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길 원하고 있다. 벌써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농우바이오 후계자가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경영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속세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는 중소기업은 또 있다. 광통신 전문기업인 우리로광통신은 아예 경영권을 매물로 내놨다. 지난 3월 김국웅 회장이 별세한 뒤 고인의 부인과 아들, 딸에게 지분 42.74%가 상속됐는데, 이 중 13.89%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상속세 물납으로 넘어갔고, 나머지 28.85%는 팔기로 했다. 상속세는 100억원 규모다. 배우자와 자녀 3명이 상속받은 우리로광통신은 후계자가 경영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가업승계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공제를 받으려면 단 1명에게만 지분이 상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공제받으려다 가족끼리 싸울 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가업승계 때 상속세를 300억원 이내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허울뿐인 공제제도가 후계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