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줄고 수요 부진…정유·LPG社 "울고 싶어라"
정유, LPG(액화석유가스) 등 에너지 업계가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업인 석유정제 부문의 마진 악화를 정유사들은 부업인 석유화학 사업으로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LPG 회사들은 난방용 시장을 도시가스 업체들에 잠식당한데다 LPG 차량 감소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정부가 검토 중인 경유와 CNG(압축천연가스) 택시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서민연료인 LPG 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업에서 활로 찾는 정유사

정유업계는 오는 24일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3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2분기 적자였던 정유 부문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지만 호황기였던 201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 5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은 3분기 6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파라자일렌 벤젠 등 석유화학 부문 예상치(143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1년에는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4723억원으로 석유화학(4467억원)을 웃돌았다.

2분기 1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GS칼텍스의 정유 부문도 3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하지만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비중은 정유가 19%에 그치고 석유화학이 63%를 차지할 전망이다. 정유 부문의 수익성개선이 더딘 탓이다.

정유 부문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국제유가가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정제마진이 줄어든 데다 중동과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심해진 탓이다. 국내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의 정제마진은 연초 배럴당 12달러대에서 지난 9월 5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정유 4사의 정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0.98%로 2010년(2%)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실적이 들쭉날쭉한 정유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에서 돌파구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사위기’ LPG 업계

LPG 업계는 구조적인 수요 부진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1년 823만가구였던 LPG 사용가구는 지난해 567만가구로 줄었다. 반면 도시가스 가구는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에 힘입어 이 기간 859만가구에서 1575만가구로 늘어 LPG 가구의 3배 가까이 성장했다. LPG 차량도 2010년 245만대를 정점으로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1만1745대가 감소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 1만2349대가 줄었다.

이 때문에 2008년 2731억원이었던 SK가스의 영업이익(개별 기준)은 지난해 126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E1도 해마다 이익이 줄고 있다.

LPG 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택시연료 다원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21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경유와 CNG택시 도입을 비롯한 택시사업발전종합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이달 말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LPG협회 관계자는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친환경 연료인 LPG 사용 차량이 연평균 10% 이상 늘고 있다”며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한 에너지 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재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