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오영진 위즈온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해맑게 웃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홍선표 기자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오영진 위즈온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해맑게 웃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홍선표 기자
“중학교 시절 저와 같은 병을 앓던 학교 1년 후배가 세상을 떠났어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이젠 괜찮아요.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떤 삶을 사는지가 중요한 거잖아요.”

지난 20일 오전 10시 충남도청이 있었던 대전 중구 선화동 주택가. 군데군데 누런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3층 건물의 현관 앞에 천으로 목재를 씌워 만든 경사로가 나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사회적기업 위즈온’이란 현판 아래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오영진 대표(27·지체장애1급)가 해맑게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오 대표는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퇴행성 근육병(근이영양증)을 날 때부터 앓고 있다. 근육이 약해져 폐근육 활동이 중단되면 사망에 이르는 불치병이다. 병이 악화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살아온 오 대표가 남은 생을 불꽃같이 태워보자고 결심한 계기는 중학교 시절 후배의 죽음이었다. “부모님의 한숨과 눈물을 볼 때마다 죄 지은 느낌이었어요. 같은 병을 앓던 후배를 떠나보내고 힘겨웠지만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 여기고 살기로 했죠.”

오 대표는 지난해 9월 홈페이지·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위즈온을 창업했다. 장애인과 고령자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높인 홈페이지를 제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위즈온은 ‘우리가 함께 마법처럼 세상을 바꾸자’는 뜻이다. 오 대표를 포함해 전체 직원 8명 중 5명이 장애인이다. 창업 이후 100건을 수주한 공로로 23일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창업 경진대회에서 특별상을 받는다.

특수학교를 마친 오 대표는 2005년 대덕대 웹디자인과에 입학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오 대표는 “장애인만 모인 특수학교를 다니다 일반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극구 말리셨다. 학교 졸업 후 위즈온을 운영하는 지금은 부모님도 뿌듯해하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1년6개월 만에 5학기 과정을 모두 마치고 과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한 오 대표는 “사회에 나가자마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온몸으로 겪었다”고 했다. 100여개의 회사에 원서를 보냈지만 면접 기회를 준 곳은 3곳뿐이었다. 오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한 회사가 연락을 했고, 오 대표는 2006년 가을 웹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두 곳의 회사를 거치며 실력을 쌓은 오 대표는 2011년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몸은 불편해도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

오 대표는 지난해 3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 양성 과정을 들으며 기업가 마인드와 기업 경영기법을 배웠다. 회사가 끝나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강의실로 달려가 수업을 듣는 생활을 반 년 계속한 뒤 지난해 9월 위즈온을 창업했다.

오 대표는 2010년 편입학한 한밭대 컴퓨터 공학과를 마치고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예요. 여행을 하며 사람과 만나고 자연을 느끼는 내용인데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기숙사에만 머물 때 그 책을 읽으면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갑내기 기자에게 오 대표는 “직접 영업을 나가면 홈페이지 주문을 더 많이 받아온다”며 거래처 방문길에 나섰다.

대전=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