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진 위즈온 대표의 도전…불치병도 막지 못한 '창업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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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홈피 만들어 창업 후 수주 벌써 100건
퇴행성 근육병 앓고 있지만 일반대학 과 수석으로 졸업 "하루를 마지막처럼 산다"
퇴행성 근육병 앓고 있지만 일반대학 과 수석으로 졸업 "하루를 마지막처럼 산다"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오영진 위즈온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해맑게 웃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홍선표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AA.7958964.1.jpg)
지난 20일 오전 10시 충남도청이 있었던 대전 중구 선화동 주택가. 군데군데 누런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3층 건물의 현관 앞에 천으로 목재를 씌워 만든 경사로가 나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사회적기업 위즈온’이란 현판 아래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오영진 대표(27·지체장애1급)가 해맑게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오 대표는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퇴행성 근육병(근이영양증)을 날 때부터 앓고 있다. 근육이 약해져 폐근육 활동이 중단되면 사망에 이르는 불치병이다. 병이 악화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살아온 오 대표가 남은 생을 불꽃같이 태워보자고 결심한 계기는 중학교 시절 후배의 죽음이었다. “부모님의 한숨과 눈물을 볼 때마다 죄 지은 느낌이었어요. 같은 병을 앓던 후배를 떠나보내고 힘겨웠지만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 여기고 살기로 했죠.”
오 대표는 지난해 9월 홈페이지·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위즈온을 창업했다. 장애인과 고령자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높인 홈페이지를 제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위즈온은 ‘우리가 함께 마법처럼 세상을 바꾸자’는 뜻이다. 오 대표를 포함해 전체 직원 8명 중 5명이 장애인이다. 창업 이후 100건을 수주한 공로로 23일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창업 경진대회에서 특별상을 받는다.
특수학교를 마친 오 대표는 2005년 대덕대 웹디자인과에 입학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오 대표는 “장애인만 모인 특수학교를 다니다 일반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극구 말리셨다. 학교 졸업 후 위즈온을 운영하는 지금은 부모님도 뿌듯해하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1년6개월 만에 5학기 과정을 모두 마치고 과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한 오 대표는 “사회에 나가자마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온몸으로 겪었다”고 했다. 100여개의 회사에 원서를 보냈지만 면접 기회를 준 곳은 3곳뿐이었다. 오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한 회사가 연락을 했고, 오 대표는 2006년 가을 웹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두 곳의 회사를 거치며 실력을 쌓은 오 대표는 2011년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몸은 불편해도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
오 대표는 지난해 3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 양성 과정을 들으며 기업가 마인드와 기업 경영기법을 배웠다. 회사가 끝나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강의실로 달려가 수업을 듣는 생활을 반 년 계속한 뒤 지난해 9월 위즈온을 창업했다.
오 대표는 2010년 편입학한 한밭대 컴퓨터 공학과를 마치고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예요. 여행을 하며 사람과 만나고 자연을 느끼는 내용인데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기숙사에만 머물 때 그 책을 읽으면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갑내기 기자에게 오 대표는 “직접 영업을 나가면 홈페이지 주문을 더 많이 받아온다”며 거래처 방문길에 나섰다.
대전=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